단통법은 차별이 없다는 거짓말

“기변(기기변경)은 안 됩니다. 여기 전체 안 돼요. 왜 안 돼냐고요? 저한테 묻지 마시고 대리점 가보세요.”

24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이동통신 시장을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완전히 무력화된 현장이었다.

‘대란이 예고됐다’는 사전경고로 감시의 눈이 많아짐에 따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하게도, 신도림은 새로 떠오른 ‘성지’ 답게 현행법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변이나 신규는 아예 상담조차 받지 않았다. 오직 이동통신사를 변경하는 ‘번이’만 가능했다. 기변이나 번이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단통법 위반이다. 기변에선 없다던 아이폰6S가 번이를 하겠다고 하자 튀어나오기도 했다.

한 판매점에서 상담을 받아봤다.

애플 아이폰6S 16GB 모델이 71만원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79만원선에 살 수 있다. 결국 8만원 정도를 불법보조금으로 내주겠다는 의미였다.

삼성전자 갤럭시S6 32GB는 31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원래는 50만원을 줘야 손에 쥘 수 있는 제품. 20만원 가까운 불법보조금이 살포된다는 얘기다.

판매점 직원은 “599요금제를 180일 써주는 조건”이라고 했다. “대신 부가서비스 의무사용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통법에서는 고가요금제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부가서비스 의무사용은 없는 게 정상이다.

공시지원금을 게시해놓지 않은 곳도 많았다. 선택약정 20% 요금할인을 설명해주는 곳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폰6S 출시 후 첫 주말, 서울 시내 주요 전자유통가는 불법 보조금 지급과 이를 둘러싼 소비자 방문으로 어수선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한 스마트폰 판매점 앞에 스마트폰 포장 빈 박스가 널려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아이폰6S 출시 후 첫 주말, 서울 시내 주요 전자유통가는 불법 보조금 지급과 이를 둘러싼 소비자 방문으로 어수선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한 스마트폰 판매점 앞에 스마트폰 포장 빈 박스가 널려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이처럼 ‘발품을 팔면 싸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토요일 오후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사람들로 붐볐다. 총 100여개 매장 가운데 3분의 1가량에는 10여명씩 손님이 가득했다.

다른 판매점에 상담을 신청했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니 다른 곳을 돌고 오시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런 광경은 흔했다. 줄을 서는 등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의를 끄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판매점에 앉은 사람은 신분증을 꺼내놓고 가입신청서를 쓰느라 바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폐쇄 커뮤니티에서 이미 이야기를 끝내고 가입만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방통위 등 관심이 뜸해지는 저녁 7시를 넘어 기습적인 불법보조금 살포가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 V10이 공짜에 풀리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통3사 번호이동 수치는 금요일 3만3500건, 토요일 2만4928건으로 치솟았다. 최근 금요일과 토요일 번호이동 건수가 1만5000건 내외에서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통사 전산이 열리지 않는 일요일에는 더욱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갤럭시S6 32GB가 16만원까지 내려간 곳도 있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발품 팔 필요 없다던 단통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치외법권 지역이 된 집단상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