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을은 데이터센터의 계절

[ET단상]가을은 데이터센터의 계절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이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반기는 건 농부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계절 변화와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데이터센터업계 역시 가을을 기다려 왔다. 대규모로 사용 중인 전기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 따른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업체는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전력난을 해소하고 전기 요금의 지속적 증가로 높아진 고객 서비스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기 위해 전기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왔다.

대부분 대규모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전산장비 운영에 데이터센터 전기가 소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실제 IT장비 구동에 사용되는 전기는 50%에 불과하다. IT장비가 내뿜는 열기로 데워진 전산실 공기를 차갑게 식히기 위한 냉방기와 항온항습기 가동에 40% 이상 전기가 쓰인다. 나머지 10%는 사무실과 공용 구역 조명이다.

업계에서는 IT장비에 사용되는 전력을 아키텍처 최적화, 중복제거, 절전형 서버로 전환하는 방법 등으로 사용량을 줄인다. 전산실 실내온도 냉각에 소모되는 전기는 차가운 외부 바람을 이용하는 ‘외기 공조 시스템’ ‘집중공조’ 등 최신기술을 적용한다.

이들 중 눈여겨볼 기술은 외기 공조 시스템이다. 전산실 적정 평균 온도인 22±2℃를 유지하기 위해 전산실 외부 온도가 24℃ 이하면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 전산실 온도를 낮춘다. 외부 공기를 유입하는 팬만 가동하면 되기 때문에 대량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글로벌 기업도 이러한 공조기술을 데이터센터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에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LG CNS 데이터센터 역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는 약 1년 6개월간 설계와 테스트 기간을 거쳐 국내 최초 신기술 신개념인 ’빌트업(Built-up) 외기냉방 시스템’이라는 외기공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빌트업 외기냉방 시스템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에서 기존 5~6개월에 불과했던 외기공조 가동 기간을 약 8개월(10~5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부산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지은 지 25년 가까이 된 ‘인천 데이터센터’에도 건물 환경에 맞게 빌트업 외기냉방 시스템을 적용해 전기 사용량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건립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데이터센터에 친환경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기존 시스템이 가동 중이므로 공조 설비를 전환하는 동안에도 상시 냉방이 공급돼야 한다. 공기 흐름이 바뀌면 일부 지역 온도가 급상승하는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례로 낙후된 데이터센터에는 외기공조 같은 에너지 절감 신기술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오해를 종식시켰다. 필요한 기업에는 기술 지원을 하면서 정부에서 강조하는 에너지 절감 시책에 동참한다.

외부 온도를 이용하는 외기 공조 시스템은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에는 결로와 낮은 습도 때문에 추가로 일부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외기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봄과 가을이 데이터센터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다.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김종완 한국데이터센터협의회장(LG CNS 인프라서비스부문장) jwankim@lgc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