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G2로 등극한 중국이 한국 경제에 던진 충격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년 앞서 산업화에 나선 덕분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중국을 바라보고 상대할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이 역전됐다. 이제는 한국 경제가 중국에 주는 의미와 가치를 심각하게 먼저 따져보는 게 정상이다.
진정한 중국 스페셜리스트란 중국인 시각에서 우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갑자기 우리 자신을 새삼 돌아보게 된 위기상황에 중국 스페셜리스트는 다음과 같은 자세를 주문한다.
첫째, 자기비하 금지다. 갑자기 상대하기조차 어려운 ‘센’ 상대를 만났을 때 쉽게 나올 수 있는 증상이 자기비하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는 안 된다’는 체념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어떤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나갈 방도는 있으며 약체 실력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넘보지 못하는 강점이 있게 마련이다.
다행히도 현재 한국 경제 실력은 단군 이래 최강이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인정받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이 글로벌 시각으로 자신의 핵심역량을 축적해 현지 요구를 파고들고 있는 강소기업이 적지 않다. IT산업과 같은 제조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 패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수준에서 앞선 안목을 가지고 핵심역량 뿌리를 한국에 두면서 다양한 중국 소비자 입맛을 세심하게 챙길 줄 안다.
둘째, 고정관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고정관념이란 자신의 경험과 신념으로 만들어진 근시안적이고 고착된 사고를 말한다. 지난 50여년이 한국 경제에서 성공 역사였다면 그만큼 고착된 사고와 성공 함정의 그늘도 클 것이다.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루어낸 사고 틀과 성공방식이 이제는 작동이 안 되거나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이라는 상대는 하나의 현상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다름과 다양성이 존재하며 오늘과 내일의 모습이 다를 정도로 계속 커지고 변화하고 있다.
셋째, 정보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 특히 상대의 정보 부재와 단절을 경계해야 한다. 정보가 없으면 슈퍼파워 앞에서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만용을 부리게 된다. 정보가 단절이 되면 어제의 기억으로만 상대를 대하기 쉽다. 뉴노멀 중국 경제를 가공무역 중심의 올드노멀 틀로 상대해서는 백전백패다.
정보 부재와 단절이 심하면 의도적 정보 기피라는 최악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일체의 정보수집 활동을 의도적으로 기피한 채 그냥 살아왔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국민이 우리 국회 주변 정치 상황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넷째, 리더가 비전, 즉 상위의 목적함수를 제시해야 한다. 도전에 대한 응전은 혁신을 의미하며, 혁신은 행동변화가 따라야 한다. 따라서 경제주체가 스스로 기존 틀을 깨고 행동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관과 동기유발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상황에 공감대 없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어떠한 전략적 지혜도 발휘하지 못한다.
G2란 중국이 기존 초강대국인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 축을 이루는 시대를 일컫는 말이지만 그 현실적 무게는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에서 더 크고 각별하다. 어느덧 중국 시장이 전체 수출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미국 수출 의존도는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50년 넘게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배우고 따랐던 우리로서는 새로운 슈퍼파워를 인정하고 따르는 일은 어색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계 표준 미국식이 통하지 않는 가장 큰 미래 먹거리 시장이 우리 옆에 떠올랐다. 이 시장은 우리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크고 다양하며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경쟁구도상 이기기 힘든 기술을 가진 현지 경쟁자도 즐비하다.
중국은 더는 우리 방식대로 만든 완제품이나 부품을 사주는 상대가 아니다. 앞으로 중국진출을 원하는 기업은 가장 먼저 중국 시장에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해 봐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