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불확실한 세계 경제 속 미국의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7일(현지시각) 금융 정책을 논의하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 회의에서 미국 금리인상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되며 세계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슈분석] 불확실한 세계 경제 속 미국의 결정은?

올 하반기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초기 예상과 달리 최근 시장에서는 미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불어닥친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세계 금융 정책과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을 짚어본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 금리 인하 나선 중국·유럽

중국, 유럽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며 각국은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세가 뚜렷해지자 금리인하에 나섰다. 은행 지급 준비율도 낮추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달 발표한 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하며 6년 만에 처음으로 7% 밑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에는 최대 소비·생산국인 중국 경제가 불확실해진 데 따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중국 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7%를 기록하며 작년보다 낮아진 데 이어 3분기 더 떨어지며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산업생산과 기업 투자 등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미래 경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소매판매 증가율도 상반기 10.4%에서 큰 변화가 없는 10.5%로 나타나며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빠른 소비 성장세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던 중국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 목표로 세운 7% 달성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자 추가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대출 기준금리 4.35%,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금리 1.5%로 정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여섯 번째 금리 인하다. 은행에서 보유해야 하는 지급 준비율도 0.5%포인트 내려 대형 금융기관 표준 지급 준비율이 17.5%를 유지하도록 정책을 완화했다.

유럽 역시 기업실적이 부진하고 중국 경제 둔화와 맞물려 전망도 악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추가 완화책을 준비 중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중앙은행 예금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05%로 낮춘 뒤 동결해 왔지만 올 연말까지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금리가 하한선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보였던 드라기 총재가 ECB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최근 유럽 경제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침체와 자원 가격 급락으로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유럽 주요 기업 3분기 실적은 2년 만에 이익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주요 600개 3분기 주당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지난 201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낮아진 수치다. 견인차 역할을 했던 독일 기업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 둔화 여파도 컸다. 중국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으며 특히 명품 시장 판매 환경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영국 버버리그룹은 지난 4~9월 매출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2%를 기록했다. 금융업도 2.8% 이익 감소세로 돌아섰다. 도이치은행 3분기 최종 이익이 62억유로 적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유럽 기업이 늘며 매출과 이익이 예상을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도 오는 30일 예정된 일본은행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며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까지 달성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에 불만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제로 금리’에 가깝지만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출 수 있다는 시장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시중 현금과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인 본원통화 목표도 현재 80조엔에서 85조엔으로 확대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 어떻게 되나

시장에서는 세계 경제를 이끌던 중국 경제성장이 확연히 둔화되고 각국이 금융 완화책을 펴는 상황에서 당장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유럽이 금융완화를 내건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이 자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9월 회의에서 약 9년 만에 금리인상을 보류했다. 재닛 옐런 미국 FRB 의장은 “세계 경제 영향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신흥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는 당시와 비교해 세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미국 9월 고용통계는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광공업 생산지수도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달 말 발표하는 3분기 미국 실질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금리인상에 제동을 거는 발언도 잇따라 나왔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해외 시장 둔화에도 미국 경제가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는지 FRB가 힘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엘 브레이나드 미국 FRB 이사도 “조기 금리인상을 뒷받침할 만한 요건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금리인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미국 FRB는 오는 28일(현지시각) FOMC 회의를 마치고 금리인상의 향방을 밝힐 계획이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 금리

(자료: 외신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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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