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전이중통신+다중안테나 의미는?

LG전자,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세계 최초 다중안테나(Massive MIMO) 기반 전이중통신(Full Duplex Radio) 시연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5세대(5G) 이동통신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이동통신·네트워크 산업에서 의미 있는 진보를 이뤘다는 평가다. 한정된 주파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주파수 효율성 극대화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이 폭증하면서 주파수 부족은 세계 대부분 나라의 공통 고민거리다. 2.1㎓ 재할당 또는 경매를 두고 국내 이동통신사 간 치열한 전략싸움이 전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려는 이통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르면 2020년 이전 상용화가 예상되는 전이중통신은 주파수 효율성을 현재의 두 배로 높여 이 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파수분할 롱텀에벌루션(LTE-FDD)과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보다 같은 시간대에 더 많은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구매에 필요한 수조원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전이중통신은 데이터 송수신 시 간섭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나와 상대방이 동시에 말을 하는데도 서로 이해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다. LG전자와 연세대는 여기에 다중안테나 기술까지 더했다.

다중안테나는 기지국 송수신 안테나 수를 늘려 데이터 전송량을 몇 배로 늘려준다. 예를 들어 안테나로 데이터 송수신 양을 두 배로 늘렸다면 여기에 전이중통신 기술을 결합해 데이터 양을 네 배로 늘릴 수 있다. 안테나가 늘어날수록 데이터 송수신 양은 늘어나고 주파수 효율성은 높아진다. LG전자와 연세대학교가 이런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주파수분할 롱텀에벌루션(LTE-FDD)과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전이중통신(Full Duplex)비교 이미지. FDD는 업링크(UL)와 다운링크(DL)에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TDD는 같은 주파수에서 시차를 두고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전이중통신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같은 시간대, 같은 주파수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자료:SK텔레콤)
주파수분할 롱텀에벌루션(LTE-FDD)과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전이중통신(Full Duplex)비교 이미지. FDD는 업링크(UL)와 다운링크(DL)에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TDD는 같은 주파수에서 시차를 두고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전이중통신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같은 시간대, 같은 주파수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자료:SK텔레콤)

◇5G 표준화 기술 선점

전이중통신은 5G 이동통신 핵심 후보기술 중 하나다. 5G 구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광대역 주파수가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 연구진이 주파수 부족 해결을 위해 전이중통신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쿠무네트웍스는 최근 도이치텔레콤과 협력해 전이중통신 필드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소 차원을 넘어 실제 현장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전이중통신을 시험했다. 쿠무네트웍스 외에도 인텔과 퀄컴 같은 칩 체조사, 노키아, 에릭슨을 비롯한 장비 업체, 이통사가 전이중통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개념검증(PoC)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 예산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보다 예산을 늘리고 5G 이동통신 표준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와 연세대가 다중안테나까지 접목한 시연에 성공했다는 것은 국내 통신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채찬병 연세대 교수는 “LG전자와 시연한 기술은 5G 선행기술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가 관련 표준을 선점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투자와 지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