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에어컨 시장 글로벌 1등에 도전한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신제품군도 개발을 끝냈다. 항공기 기류응용 원리에서 착안한 부스터팬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제품이다. 세계 50여개국, 117개 도시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에어컨부문 연 매출 100억달러 달성이 목표다.
세계 시스템에어컨 시장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일본 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는 후발주자다. 시장 점유율이 한자리 수에 머문다.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업계는 일본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설치 판매하던 품목이다. 여전히 일본 기업이 상위권을 독차지하며 철옹성을 쌓고 있는 시장이다. 객관적 수치와 역사만 놓고 보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인 셈이다.
시스템에어컨은 대표적인 기업 간 거래(B2B)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B2C 에어컨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앞선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바탕으로 시스템에어컨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세계 건축·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및 기업과 협업해 ‘스마트 스페이스’를 구현하고 미래형 건물·도시 관리를 선보이겠다는 발상도 그 연장선상이다.
세계적으로 B2C 가전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지배력이 커지면서 제조업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경쟁 심화로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적정이윤 확보도 힘겹다. 시장 부침도 심하다. 전자업계가 B2B 시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B2B와 B2C는 마케팅과 영업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수익성 악화로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는 우리 가전업계에 B2B 시장은 미래 성장동력이자 돌파구다. 기존 B2C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B2B 사업 확대, 즉 B2B2C 전략은 세계 1등을 추구하는 우리 전자업계가 어렵지만 꼭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