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미국 하비 허벨이 처음 발명한 이후 100여년간 그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리고 없어서는 안 될 두 개의 핀이 달린 전원 공급용 플러그다. 그렇게 한 세기가 지나갔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하나 더 주어졌다. 바로 흔히 ‘무선충전’이라 부르는 무선전력 전송기술이다.
무선전력 전송기술은 언제 처음 발명됐을까. 놀랍게도 이미 플러그가 개발되기 이전인 19세기 말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했던 기술이다. 이후 전동칫솔, 소형 가전기기 등에 조금씩 활용되다가 최근에 이르러 스마트폰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원거리 의사소통을 위한 기능을 넘어 우리 생활 전반에 뿌리 깊게 녹아내린 스마트폰에 무선충전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가전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가구 등 새로운 관련 업계가 생겨나고 있다.
무선충전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무선충전이 왜 필요하죠? 유선충전보다 속도도 느리고 생각보다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은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높은 전력 공급기술을 활용한 고속 무선충전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등장해 과거에 비해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충전 속도는 유선충전을 앞지르지 못한다. 또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공간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처럼 전파를 이용해 스마트폰 위치에 관계없이 충전되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무선전력 전송기술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전자기기 디자인 변화다. 스마트폰, TV를 비롯한 대부분 전자기기에는 전원공급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한 커넥터가 달려 있다. 제품이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더라도 그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별도 커넥터는 필수다. 그러한 커넥터만 사라질 수 있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디자인의 전자기기가 등장할 수 있다. 실제 각종 센서와 배터리가 내장된 농구공, 축구공과 같은 제품이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내장된 각종 센서로 플레이어가 슛이나 패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한다. 물론 충전을 위한 커넥터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겉보기에는 완벽한 공 형태를 하고 있는 엄연한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전자기기다.
둘째,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새로운 제품 등장이다. 전력을 무선으로 주고받는 일은 공기뿐만이 아니라 나무, 유리,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가령 기존에는 유리 내부와 외부를 전기로 연결할 때 유리에 구멍을 뚫거나 선을 돌려 설치해야만 했다. 하지만 무선전력 전송기술을 이용하면 유리 내외부에 각각 송신기와 수신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리적 차폐 없이도 완전 방수를 지원하는 전자제품 개발도 가능해질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산업군 형성이다. 무선전력 전송기술은 단순히 스마트폰만을 충전하기 위한 기술은 아니다.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 전문기업과 그것이 필요한 새로운 산업군이 적절히 만나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제품군과 산업군을 형성할 수 있다. 단순히 충전만을 위한 기술로 생각한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선 없이 전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 즉 새로운 전기 공급방법 선택권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 그 발전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해준다. 내가 몸담고 있는 코마테크 역시 ‘프리디’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용 무선충전기와 관련 액세서리 개발·판매를 하는 동시에 솔루션이 필요한 여러 산업군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술수준 향상과 관련 부품·소재 산업이 함께 발전하면서 기존 소전력을 넘어선 중전력급 이상 무선전력 전송기술을 적용한 제품들, 나아가 공진방식기술 상용화 등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무선전력 전송기술은 이제 막 꽃을 피웠다. 아직 기술적으로나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하나씩 발전시켜 나가며 앞으로 어떻게 우리 삶이 변화될지 지켜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정상문 국제무선전력컨소시엄(WPC) 한국프로모션팀 의장·코마테크 기획실장 moon@koma-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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