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주력산업이라고 하면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을 언급한다.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과 동남권 산업은 역사를 같이 써왔다.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느 지역보다 어려운 곳이 동남권이지만 제조업 위상은 타 지역 추종을 불허한다.
반면에 정보기술·소프트웨어(IT·SW)산업은 수도권은 물론이고 그 외 지역에 비해서도 여러 면에서 열세다.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가 조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IT·SW사업체는 5만8710개다.
이 중 동남권은 부산(2878개, 4.9%), 울산(532개, 0.9%), 경남(1814개, 3.14%)을 합해 전국 대비 9%가 채 안 됐다.
총매출 규모는 서울, 경기, 동남, 대경, 충청, 호남 6개 광역권을 비교한 결과, 5위로 호남권보다 높았지만 기업체 수로 나눈 평균 매출액은 최하위다.
과거 동남권 IT·SW산업은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지역 제조업 발전과 함께 호황을 누린 적도 있다. 지역 주력산업이 성장세이면 IT·SW업계는 일거리를 많이 확보했고 반대일 때는 동반 침체를 겪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독자 기술로 무장한 수도권과 해외 IT기업에 밀려 설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지역 IT업계 관계자는 “제조 중심 지역 주력산업에 기대 살아온 IT업계 생태계에서 개별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웠다. 10여년간 동남권 IT·SW업계는 줄곧 침체 상태였고 여전히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자생력이다. 자체 기술과 제품을 개발 확보하고 이를 지역을 넘어 전국 단위로 공급하며 나아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지역 IT·SW기업 자체 경쟁력은 지역 산업 고도화·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미래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역 IT진흥기관과 함께 자생력을 갖춘 지역특화SW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이유다.
동남권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경남테크노파크 ICT진흥센터, 울산경제진흥원 SW지원센터가 지역 IT·SW산업 육성과 진흥을 주도하고 있다.
그간 동남권이 거둔 특화SW 육성 성과로는 먼저 조선해양 융합SW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울산경제진흥원, 현대중공업, ETRI와 지역 IT업체가 협력해 ‘선박 안전항해를 위한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 상용화했다. 올해는 이 레이더 시스템을 기반으로 선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응용 SW와 솔루션 개발이 한창이다.
부산 소재 선박교통시스템 전문기업 지씨에스씨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지원 아래 ‘스마트 요트 운용 시스템 및 마리나 관제시스템’을 개발, 최근까지 100억원 이상 신규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울산시가 중점 시책으로 추진한 1100억원 규모 조선해양 ICT융합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경남에서는 영풍전자와 익스트리플이 공동으로 ‘다중센서융합 웨어러블 증강현실(AR) 플랫폼(일명 메타뷰)’을 개발, 주목을 받고 있다.
메타뷰는 경남 지역 주력 산업인 정밀기계의 설치와 유지보수,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AR시스템이다. 가상의 화면을 손동작으로 제어해가며 화면 속 각종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산업 현장의 첨단 장비 설치와 운용, 유지보수, 정비, 훈련 효율을 높여준다.
김상길 부산시 ICT융합과장은 “지역 IT산업 성장은 곧바로 지역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며 “지역 특화SW 육성과 함께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첨단 ICT산업에서도 지역만의 독자적이고 특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시책과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권 3개 지역 IT·SW 업체수, 종사자수, 매출액 현황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