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인터넷 망 중립성에는 찬성했지만 강화된 규제 마련은 보류했다. 이에 일각에서 반쪽짜리 찬성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주목된다.
BBC 등 외신은 유럽연합 의회가 27일(현지시각) 인터넷 망중립성에 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 유지를 위해 함께 상정된 규제 강화 개정안은 부결됐다.
인터넷 망 중립성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가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사업자가 동영상 콘텐츠 많이 사용해 네트워크에 부하를 많이 주는 업체에 초고속망 서비스를 추가금을 받고 제공해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커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를 막기 위해 오픈 인터넷 규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 의회는 기본적인 망 중립성 원칙에 동의했다.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가 특정 업체에 추가 요금을 받고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회가 찬성했음에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기본 망 중립성 조항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 안을 상정한 필라르 델 카스티요 스페인 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인터넷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세부 개정안이 없어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가 특정 서비스에 우선권을 부여하게 할 우려가 여전히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데이터 우선권을 주는 분야를 의료 등으로 특정하고 일부 앱이나 서비스 데이터 사용량 제한을 막는 개정안은 반대했다. 마이클 튜러 독일 의원은 이에 “의회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레딧 등 규제 개정안 지지를 밝힌 콘텐츠 제공 업체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유료 초고속 인터넷망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혁신과 경쟁을 저해한다”고 전했다.
크리스 마든 영국 서섹스 대학 법학 교수는 “의회가 내년 9월까지 가이드라인과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할 것”이라며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향후 규제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계 마찰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망 중립성 법안과 함께 휴대폰 로밍 요금 철폐도 결정했다. 의회는 오는 2017년 6월부터 유럽연합 국가 간 로밍요금 없앤다. 이에 앞서 내년 여름부터는 인하된 로밍 요금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