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혜성의 코마(주변을 감싼 가스)에서 풍부한 산소가 발견됐다. 유럽우주국(ESA)이 쏘아보낸 인류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호의 67P코마 물질 데이터 분석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럽우주국(ESA) 로제타 탐사선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카트린 알트웨그 베른대 교수와 미국 미시건대 안드레 윌러 교수 연구팀은 28일 ‘네이처’지를 통해 67P 혜성의 코마에서 처음으로 산소를 발견해 냈다고 발표했다.
■기존 태양계 형성 이론 뒤집는 발견
과학자들은 이 발견을 태양계의 기원을 다시 써야 할 놀라운 발견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견으로 67P혜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67P혜성의 코마에서는 물수증기,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 그리고 풍부한 산소 순서로 가스가 발견됐다. 산소는 67P혜성 주변의 대기에서 발견된 가스 가운데 4번째로 풍부하게 포함돼 있었다. 이외에도 질소,황,탄소를 포함한 가스, 그리고 희소가스들이 발견됐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산소는 매우 높은 화학적 반작용이 있어 혜성에 이만큼 많은 산소가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르면 67P 혜성에 있는 대부분의 산소는 형성후 엄청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제 수소와 결합해 물이 돼 있어야 한다.
산소 발견자인 케이틀린 알트웨그 로제타프로젝트 로시나 질량 분광계측기 담당 책임자는 “산소가 수십억 년 동안 다른 물질과 결합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혜성의 코마에서 산소가 발견됐다고 해서 이 혜성에 반드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구상의 대다수 미생물과 식물은 생존을 위해 산소에 의존하고 있다.
■어떻게 혜성에서 산소가 존재할까?
67P 혜성에서 발견된 산소는 우리태양계가 미처 형성되기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차갑고 높은 밀도를 가진 우리태양계의 탄생장소 ‘암흑성운’의 얼음알갱이를 때려 산소를 방출시켜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 산소가 혜성이 만들어진 46억년전에 혜성과 결합했고, 이후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알트웨그 교수는 “과거에서부터 존재해 온 이 산소의 존재는 기존의 태양계 형성 이론 모델을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로제타탐사선은 지난 해 11월 67P혜성 궤도에 도착해 필레이 탐사로봇을 67P혜성에 착륙시켜 탐사를 시작했다.
필레이는 착륙시 반동으로 튕겨져 나가 한구석에 갇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레이 탐사로봇은 간헐적으로 로제타탐사선을 통해 지구와 교신하고 있지만 혜성의 풍부한 데이터를 지구의 과학자들에게 전송해 오고 있다.
한편 올 초 과학자들은 오리모양으로 된 67P혜성의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서로 다른 2개의 공형태로 된 얼음혜성의 충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로제타 탐사선과 필레이 탐사로봇은 향후 수년간 더 67P혜성 관찰데이터를 보내오게 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