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유비쿼터스 컴퓨팅, RFID/USN, 센서네트워크 그리고 M2M 등 최근 십수년간 비즈니스 모델링 관점에서 ICT 패러다임을 주도한 기술이 산업화에 있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이유를,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했다는 보고서가 난립하는 요즘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술 관점에서 보면 앞서 언급한 기술과 사물인터넷은 스마트기기를 설치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런 기술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더하면 쉽게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 전략은 자칫하면 기존 기술의 재발견, 아니 화석(化石)의 재사용으로 사물인터넷을 분명 용두사미로 전락하게 만든다.
서비스관점에서 스마트 기기 또는 단말기 간 통신(Connected Device) 역할은 기존 기술과 사물인터넷에서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홈네트워크에서 하나의 스마트 기기는 하나의 서비스 도출을 목표로 하고 서비스 도메인을 주관하는 플랫폼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요한 목표로 운영한다.
사물인터넷 전신인 M2M은 센서네트워크와 함께 특정 도메인에서 하나의 고도화된 서비스를 위해 군집화를 중요시하는 플랫폼 구축이 산업화 성패 요인이었다. 따라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마트 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은 타사 제품 간 연동보다 ‘오직 신뢰할 수 있는 자사 제품’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 전술을 택했고 식자우환(識字憂患) 결과를 초래했다.
이처럼 산업화 전략, 즉 상생을 위한 연동을 무시하고 단순히 기존 기술을 개명해서 재사용 한다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사물인터넷에서 미래 스마트 기기 역할은 많은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시장규모로 정의 가능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사물인터넷 기기 수가 2014년 약 100억개에서 2020년 290억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시장규모는 2014년 65억5800만달러에서 2020년에는 1조7000억달러로 예상하고, 그 중 사물인터넷 기기 시장 규모는 31.8%로 전망했다. 더 큰 시장을 사물인터넷 기기를 활용하는 ‘서비스 중심’ 플랫폼, 응용 소프트웨어, 산업보안 등으로 예상했다.
또 사물인터넷 현재 핵심 요소인 센서, 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으니 새로운 ‘서비스 중심’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핵심 요소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 미래 스마트 기기 역할은 하나의 서비스 도출을 목표로 하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주도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서비스에 능동적으로 연동되며 재활용돼야 한다.
사물인터넷 시장을 한 기업 제품으로만 선도하는 것은 예상되는 시장 규모와 스마트 기기 수만 보고 가늠해도 불가능하다.
‘서비스 중심’을 위해선 당장 스마트 기기 종류와 다양한 비즈니스 도메인을 위해 다변화가 필요하다. 안정과 신뢰 중심 기술·산업 플랫폼이 서로 산업 생명주기를 최대한 늘려줄 수 있는 ‘탄력적 플랫폼’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 사물인터넷으로 개명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즉 ‘화석의 재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그래도 몇몇 대기업이 사물인터넷 사업을 위해 중소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스마트기기와 함께 ‘서비스 중심’ 사업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물인터넷 시장의 희망을 본다. 더욱 ‘탄력적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박세현 중앙대 교수 shpark@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