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팹플러스와 자급제폰

[기자수첩]팹플러스와 자급제폰

레노버가 선보인 30만원대 스마트폰 팹플러스가 출시 이틀 만에 1·2차 물량을 완판했다. 수량은 1000대로 적지만 중국 기업인 레노버가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제품임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팹플러스가 자급제폰으로 판매된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급제폰은 온라인이나 제조사 판매점에서 구매해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하는 언록폰을 말한다. 순수하게 단말기 구매 방식과 관련된 용어로 구매 후 이통사에서 약정할인을 받을지 약정 없이 가입할지는 본인 선택에 달렸다.

소비자에겐 저렴한 제품을 특정 이통사 서비스나 위약금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자급제 시장이 확대되면 이통사는 단말 유통에서 손을 떼고 서비스에 집중하게 된다. 제조사는 이통사와 연계하지 않고 제품 경쟁력 제고에만 힘을 쏟을 수 있다. 제조사 간 단말 출고가 인하 경쟁도 치열해진다.

국내 자급제폰 시장은 성장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일부 전략 모델에만 마케팅을 집중한다. 자급제폰 시장에서 쓸 만한 단말은 찾기 어렵다. 대규모 유통점이 부족해 제조사 물량을 보증하기도 힘들다. 결국 일부 외국 제품 위주로만 시장이 형성돼 있다.

자급제폰은 이통시장 새로운 흐름이다. 버라이즌을 비롯한 미국 이통사 사이에서는 약정과 지원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샤오미는 온라인 유통을 통해서만 매년 스마트폰 수천만대를 판매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성능은 상향 평준화됐다. 중저가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기도 하다. 팹플러스처럼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외산 제품이 자급제폰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 국내 제조사는 안방마저 내줄 수 있다.

제조사가 통신사 마케팅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급제 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정부는 20% 요금할인 제도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뒀다. 안방마저 잃지 않으려면 제조사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