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주파수를 둘러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여론전이 치열하다. 12월 초 결정될 주파수 할당방안에서 최대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자는 심산이다. 정부가 어떻게 경매를 설계하는지가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수조원 규모인 최소 140㎒ 폭 경매에서 2.1㎓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역이다. 역사적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아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3사가 전면에 내세우는 명분 뒤에는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주파수를 얻자는 전략이 숨어 있다.
◇2.1㎓, 왜 논란인가
2.1㎓ 대역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경매에서 나오는 주파수 가운데 가장 좋은 광대역 주파수기 때문이다. 700㎒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롱텀에벌루션(LTE)으로 사용된 적이 없어 장비개발과 망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2.6㎓ 대역은 60㎒ 폭이 경매에 나오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은 고주파 특성상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기피대상으로 꼽힌다.
2.1㎓ 대역 100㎒ 폭은 내년 12월 이용기간이 끝난다. 원칙대로라면 반납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중 40㎒폭(SKT·KT)에는 3세대(G) 이동통신 사용자가 있다. 3G 주파수가 이곳밖에 없어 재할당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나머지 60㎒ 폭이다. 물론 여기에도 SK텔레콤과 KT 가입자가 많다. 하지만 3G는 이곳 외에 갈 곳이 없고 LTE는 다른 주파수 대역이 있다는 게 차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가운데 40㎒ 폭은 기존 사용자인 SK텔레콤과 KT에 재할당을 하고 나머지 20㎒ 폭만 경매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경쟁과 이용자보호, 정책 예측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때 ‘20㎒ 경매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vs LG유플러스…‘명분싸움 치열’
2.1㎓ 대역에 큰 이해관계가 얽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미래부 20㎒ 경매안에 반발하며 각각 ‘전면 재할당’과 ‘전면 경매’를 내세우고 나섰다. 이들이 내건 명분은 크게 △이용자 보호 △국고손실 △공정경쟁 △자원낭비 네 가지로 정리된다. 두 회사는 쟁점마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용자보호는 2.1㎓ 논란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다. SK텔레콤은 주파수를 잃으면 이용자 피해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2.1㎓ 대역을 이용하는 가입자가 1200만명에 달해 이를 회수하면 LTE 서비스 품질 저하 등 가입자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2.1㎓ 외에 신규 주파수를 할당받더라도 망구축에 최소 20개월이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LG유플러스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자금력 우위인 SK텔레콤이 경매에서 2.1㎓ 대역을 모두 잃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설사 잃더라도 다른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게 LG유플러스 주장이다. 2.6㎓ 대역에서 광대역 전국망을 구축한 전례에 비춰볼 때 1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
국고손실론은 LG유플러스가 내놨다. 전면 경매를 하면 5조원을 벌 수 있는데 이를 재할당하면 2조원밖에 벌 수 없어 국고손실이라는 주장이다. SK텔레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경매예상가는 부풀린 반면에 재할당 예상가는 축소했다는 것. SK텔레콤 측은 “재할당을 하더라도 전파법에 따라 대가를 산정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맞섰다.
자원낭비를 두고도 공방이 뜨겁다. SK텔레콤은 이미 2.1㎓ 주파수 대역에 수천억원대 기지국 장비를 투자해놓은 상태다. 이 대역을 경매에 부쳐 다른 통신사가 가져가면 투자한 장비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2.1㎓ 대역을 경매에서 모두 잃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논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공정경쟁도 이슈다.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독과점론’을 제기했다. 이미 2001년부터 15년간 2.1㎓ 대역을 사용한 SK텔레콤이 또다시 할당받으면 25년간 사용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황금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어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논리도 폈다. SK텔레콤은 기계적인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가입자 수는 5:3:2 구조인데 주파수는 3:3:3으로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인당 LTE 주파수는 SK텔레콤 5.46㎐, LG유플러스는 9.06㎐로 SK텔레콤은 가입자 수에 비해 주파수량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KT는 두 회사가 ‘약속을 깼다’고 비판한다. 모바일 광개토플랜 2.0과 지난해 2.1㎓ 대역 3G→LTE 용도변경 과정에서 이통 3사와 미래부가 합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당시 미래부 공식문서를 보면 2.1㎓ 대역에서 20㎒ 폭을 회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명백하게 20㎒ 폭을 경매한다는 의미”라며 “3사와 정부가 합의한 것을 이제와 뒤집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명분은 명분일 뿐…숨은 속내는 ‘황금주파수를 손쉽게’
이통 3사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황금주파수를 손쉽게 얻자’는 것으로 읽힌다. 앞서 언급한 대로 2.1㎓는 이번 경매에서 가장 실속 있는 주파수 대역이다. 선투자가 진행된 곳이어서 누가 얻든 최소한 추가 투자만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미래부 방침대로 20㎒ 폭만 경매하면 이른바 혈투가 예상된다. 특히 이웃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0㎒ 폭만 확보하면 곧바로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어 필사적이다. 2013년 KT가 1.8㎓ 대역 15㎒ 폭을 무려 9001억원에 낙찰받은 것도 광대역에 유리한 인접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통 3사의 경매전략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LG유플러스는 판을 흔들어 경매가 분산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 20㎒ 폭만 경매하면 자금력에서 SK텔레콤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다. SK텔레콤이 반드시 이 대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노리고 경쟁사가 경매에 뛰어들어 가격만 잔뜩 올려놓은 뒤 마지막에 발을 빼는 사태가 두려운 것이다. 재할당을 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KT는 미래부 방침인 20㎒ 경매안을 지지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미래부 안대로 가면 고스란히 LTE 20㎒ 폭을 재할당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3G 가입자가 줄어들면 인접대역을 붙여 광대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결국 이통 3사가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황금주파수를 최소의 비용으로 확보해 향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데에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