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 국제표준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과 LG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RGBW’ 방식 4K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ID는 최근 의장인 조 미서리 명의로 RGBW 해상도 측정법을 포함한 정보디스플레이 측정표준 IDMS(Information Display Measurement Standard) 일부 개정 의견을 회원에 고지했다. 핵심은 명암비와 화소로 구분했던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 규정을 하나로 통합해 4K 해상도를 정확하게 측정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IDMS에서는 RGBW 방식 4K TV 해상도를 측정할 때 흑백 명암비 차이를 이용한 측정법(IDMS 7.8절)과 색상 기준과 표준을 규정하는 항목(13.1절)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명암비에 근거를 둔 측정법을 토대로 해상도를 규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는데 SID가 이를 개선해 명암비와 색상을 결합하는 새로운 측정 표준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IDMS 전체 기준을 적용하면 4K UHD 해상도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부 사업자가 임의로 기준 일부만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측정법 개정을 건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RGBW 해상도 측정 방식과 표준 변경은 삼성과 LG의 향후 TV·패널 사업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TV와 디스플레이에서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온 분야다.
삼성전자는 RGBW에서 W(흰색 소자)는 실제로 색을 내지 않기 때문에 화소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RGBW 방식은 진정한 4K를 구현할 수 없고 전체 소자 4분의 3 정도만 실제 색을 내는 ‘사실상 3K’ 기술이라고 강조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RGBW 패널을 판매하지만 삼성전자 TV에서는 RGB를 차세대 주력 기술로 밀고 있다.
반면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자사 방식 RGBW가 글로벌 공인기관 인정까지 받은 ‘리얼 4K’라며 맞서왔다. 중국 등 해외 디스플레이 업체도 LG 방식을 따르는 사례가 많다. LG는 올레드(OLED)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이 4K 기술에 억지 폄하를 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LG는 RGBW가 현 기준에서 4K에 부합한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은 이 역시도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향후 SID가 측정 방법과 표준을 바꾸게 되면 RGBW는 4K라는 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미가전협회(CEA)와 디지털유럽(DE)은 지난해 초고화질(UHD) TV 해상도 기준을 발표하면서 화소 하나하나가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면에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서치)는 RGBW를 완성된 4K로 인정하고 있다. 주요 기관마다 시각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SID가 내놓은 개정 의견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회원사 투표를 거친다. 회원사 가운데 75% 이상 찬성을 얻으면 새 기준이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해상도 측정방식과 기술력을 두고 삼성과 LG가 주도하는 진영 간 치열한 논리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SID 회원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