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마케팅 부서엔 국어국문학과 출신이 많다고 한다. 여성이 주요 고객층인 화장품은 그 어떤 제품보다도 제품을 묘사하고 효과를 설명하는 말이 수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화장품만 사용하면 갑자기 피부에서 꿀이 흐를 것 같이 느끼게 하는 마케팅 문구도 즐비하다. 소개글만 보고도 구매력이 생기는 그런 문장들이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화려한 수식’이 등장한다. 최근 가장 많이 붙는 수사는 ‘핀테크 전문’이다. 금융과 IT의 접목, 매력 있는 단어다. ‘핀테크 전문’을 간판에 달면 투자나 마케팅, 정부 용역 수주에서 유리하다.
핀테크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만나면 아쉬울 때가 있다. 기술과 상품, 서비스는 잘 보이지 않고 ‘말의 향연’만 가득 찬 기업을 만날 경우가 그렇다.
이를 테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자동 알고리즘을 설계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핀테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식이다. 잘 와 닿지 않는다. 고급스런 수식어 나열일 뿐이다. 소비자는 기술이 궁금한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질 혜택이 더 중요하다.
벤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일견 이해되지만 소비자 돈을 다루는 금융업에서 과도한 ‘뻥튀기 전략’은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성능 좋은 화장품은 입소문을 타고 잘 팔린다. 마케팅 비용에 쏟아 부을 노력을 제품 개발에 보탠 덕이다.
금융은 신뢰다. 저금리 시대에 금리 0.1%가 아쉬운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하게 치장된 서비스 마케팅이 아니다. 국민이 핀테크 열풍으로 얻고 싶은 것은 진짜 내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불려주고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핀테크 서비스를 과도하게 포장하기보다는 실제 고객에게 혜택을 줄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좋은 상품은 시간이 지난 후 빛을 보게 돼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도 기업이다. 기업 본질에 충실하자.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