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리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고향이 강원도라서 요리하면 쓰임새가 다양한 감자를 먼저 떠올린다. 맛있는 감자 요리는 요리사 솜씨도 중요하지만 재료인 감자가 좋아야 함은 당연하다. 감자는 열매이자 그 자체가 씨앗이다. 다음해 수확을 위해 자신을 씨앗으로 내놓는다.
그러나 모든 감자를 씨감자로 쓰지는 않는다. 바이러스나 곰팡이, 세균병에 걸리지 않은 품질 좋은 감자를 골라 씨감자로 사용한다.
특허세계도 감자 생육과 같은 자연 이치를 닮았다. 연구개발 열매로서 특허권을 얻는 반면 기술지식을 다음 연구개발 씨앗으로 공개한다. 2014년에만 우리나라에 20만건, 전 세계에 210만건 이상 신규 특허가 공개됐고,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누적 특허는 2억건이 넘는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모든 기술지식 80%가 특허문헌으로 공개되고, 이 중 71%는 다른 문헌으로는 전혀 공개되지 않은 정보다. 특허문헌은 연구개발 씨앗이 저장된 보물창고다.
그러나 이렇게 방대한 특허정보를 모두 활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는 연구개발에 유용한 씨앗과 장애가 되는 씨앗을 골라내어 연구개발에 활용하면 된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특허 전담인력이나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어려움이 더욱 크다.
이러한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식재산과 연구개발 연계전략(IP-R&D)’을 지원하고 있다. IP-R&D는 전 세계에 공개된 특허정보를 면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발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실현할 최적의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해 연구개발 결과가 우수 특허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이다. 아울러 특허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장애가 되는 경쟁사 핵심특허에 대해 대응전략을 수립도록 지원한다.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허전략전문가와 특허분석전문가가 기업 연구개발 현장에 나가 연구자와 협업하며 IP-R&D가 기업에 체질화되도록 하고 있다. IP-R&D 방법론은 상당수 기업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업 경영 전략과 R&D 전략 수립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제 V사는 IP-R&D 전략지원으로 수립한 분쟁 대응전략과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두 차례 특허소송에서 모두 승소하고 해외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N사는 IP-R&D 전략을 활용해 해외 선발기업도 해결하지 못한 양산 필수 공정을 독자적으로 개발, 내년에 세계 최초 제품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IP-R&D 전략지원에 따른 전반적인 성과도 풍성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지원성과를 분석한 결과 IP-R&D 전략을 지원받은 연구개발 과제는 지원받지 않은 과제에 비해 특허 생산성은 9배, 우수특허 비율은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수를 생각하면 IP-R&D 전략지원 혜택을 받은 기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아직도 국내 대다수 기업에서는 IP-R&D 유용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IP-R&D 전략지원 혜택이 더 많은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별·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IP-R&D 전략지원을 발판으로 우리 기업이 연구개발 씨앗인 특허정보를 잘 활용해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우수한 특허 열매를 많이 맺길 기대한다.
권혁중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kwon1713@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