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언의 '프로이트 레시피'] 음식 레시피, 치료 레시피

[정도언의 '프로이트 레시피'] 음식 레시피, 치료 레시피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주방장이 솜씨가 없으면 맛없는 음식이 나온다. 낭랑한 목소리로 악보에 있는 대로 또박또박 노래를 불러도 감동을 못 주는 것과 같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식재료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익숙해지고 레시피 뒤에 숨은 비법을 찾아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세계적인 요리사의 레시피도 원래는 남의 것이니 내 것으로 소화하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은 말로 하는 치료이니 ‘치료하는 사람들 간에 얼마나 능력에 큰 차이가 나겠어?’ 하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치료자에 따라 능력이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초보 요리사가 모처럼 애써서 구해온 귀한 식재료를 다 태워버릴 수 있는 것처럼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의욕만 넘쳐서 치료하다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환자들이 약물치료에 관해서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이러저러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오는데, 이상하게도 정신치료나 정신분석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약물은 반감기가 지나고 몸에서 배출되면 오히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만, 말로 생긴 문제나 상처는 평생을 갈 수 있다.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은 치료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맛없는 요리는 기껏해야 한 번의 고생이지만 치료자를 잘못 만나면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국제정신분석학회가 인증하는 정신분석가가 되는 과정은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우선 자신이 돈을 내고 일주일에 네 시간, 수년간 교육 분석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최소 4년 동안 매주 세미나에서 정신분석학 문헌을 읽고 토론해서 기초와 실제를 다져야 한다. 그리고 교육 분석가의 지도를 받아 적어도 세 명의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 교육과 수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치료자가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을 하게 하는 것은 조리법의 이론과 실제를 제대로 익히지 않은 요리사가 혼자 멋대로 요리하도록 칼과 불을 맡기는 것과 같다.

언뜻 보면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말로 하는 치료에도 수준과 품질에 차이가 있다. 초보 요리사와 숙련된 요리사의 조리 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보면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 숙련된 요리사가 되려면 불을 다루는 요령과 맛을 내는 방법을 제대로 익혀야 한다.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에서도 포용, 명료화, 직면, 해석, 재해석을 하는 방법과 침묵, 저항, 방어, 전이를 다루는 전략과 치료자 자신의 감정과 역전이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습득해야 숙련된 치료자라고 할 수 있다. 숙련된 분석과 설익은 분석 간에 간, 맛, 향, 영양가, 뒷맛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정도언]

-정신과 전문의, 수면의학 전문의.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가(교육 및 지도 분석가).

-국제정신분석학회 산하 한국정신분석연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는 `프로이트 레시피(웅진리빙하우스, 2015.04)`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