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음식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 요리 전문 채널은 당연히 음식 이야기를 달고 산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음식은 ‘그림의 떡’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묘한 만족감을 준다. 제작진은 개그맨, 탤런트, 가수, 배우, 방송인 등의 유명인을 요리사로 내세워서 ‘엿보고 싶은’ 시청자의 욕구와 환상을 충족시킨다. 그렇게 시청률을 올린다. 애초부터 초점은 음식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럴 의도였다면 전문 요리사를 출연시켰을 것이다. 텔레비전에는 전문 요리사들도 대체로 젊고, 키 크고, 날씬하고, 인물이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 손맛을 따졌다면 경험 많고 나이 지긋한 분들이 더 어울렸을 것이다. 책방에 가면 글은 별로 없고 음식 사진만 가득한 책들이 널려 있다. 음식을 다루는 화려한 잡지들도 흔히 눈에 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을 통털어 ‘음식 포르노’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포르노가 정상적인 섹스가 아닌 것처럼 방송이나 사진으로 치장한 음식도 제대로 된 음식이 아
니라는 말일 것이다.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먹방’을 두고 일종의 ‘관음증 만족시키기’라는 비난도 있다.
인물 좋고 말 잘하는 요리사가 음식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손맛은 좋지만 평범한 인물의 요리사는 상대적으로 출연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다른 전문직, 예를 들면 의사나 변호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절대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은 유명한 것과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만 ‘보기 좋은 음식이 별수 없다’는 말도 있다. 아무리 인물 좋고 말을 잘해도 너무 자주 텔레비전에 등장하면 “맛없는 반찬이 끼니마다 밥상에 오른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정도언]
-정신과 전문의, 수면의학 전문의.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가(교육 및 지도 분석가).
-국제정신분석학회 산하 한국정신분석연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는 `프로이트 레시피(웅진리빙하우스, 2015.04)`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