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M&A 파장···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 모두 충격파

[이슈분석]M&A 파장···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 모두 충격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경영권을 인수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게 되면 기존 통신과 방송 서비스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흔드는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이 CJ헬로비전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VoIP), 알뜰폰(MVNO) 유무선 서비스 인프라와 가입자를 그대로 흡수하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유무선 방송통신 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유료방송, 구조조정 회오리 휩싸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SK브로드밴드는 750만가구를 웃도는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유료방송 사업자에 등극한다. KT 계열은 지난달 기준 총 가입자 수 844만가구(KT 약 640만가구, KT스카이라이프 약 204만가구)를 기록했다. 400만가구 이상 벌어졌던 격차를 단숨에 100만명으로 좁혀 턱 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SK그룹은 CJ헬로비전 인수로 방송통신 사업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IPTV·케이블TV 플랫폼을 각각 포함한 유무선 결합상품 중심으로 가입자 쟁탈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주문형비디오(VoD) 등 양방향 서비스 부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CJ헬로비전 아날로그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모두 SK브로드밴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KT, LG유플러스, 티브로드, 현대HCN 등 방송통신 사업자의 향후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경쟁사가 SK그룹을 견제하는 한편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 시장에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어 닥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계기로 또 다른 케이블TV 사업자 씨앤앰이 재조명 받고 있다.

내년 7월 만기로 인수금융을 받은 MBK파트너스 등 대주주는 현재 씨앤앰 지분 93.81%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SK텔레콤은 씨앤앰 인수를 타진했지만 사업 방향 등에 따라 CJ헬로비전 인수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 만기 시일이 다가올수록 현재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씨앤앰 인수 금액이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씨앤앰은 현재 서울·경기 권역에 230만가구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보다 디지털 전환률이 높아 안정적으로 VoD 등 부가 서비스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가입자 수를 갑절가량 확대할 수 있어 티브로드, 현대HCN 등 다수 유료방송 사업자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는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 공세에 밀려 매월 2만명 이상씩 가입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1위 사업자가 이탈하면서 시장 경쟁력이 한층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업계는 지난해 4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고화질(UHD) 방송을 상용화했다. 하지만 현재 UHD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수천가구에 불과하다. IPTV 3사가 50만가구를 웃도는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 대조된다. 권역으로 나뉜 케이블TV 사업 특성과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경영난으로 전국 대상 마케팅 홍보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탓이다.

1453만명에 달하는 케이블TV 가입자 가운데 디지털 전환률은 50% 수준에 불과해 VoD 등 부가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IPTV, 위성방송 등과 경쟁이 격화되면서 월 요금 인하를 지속 추진한 탓에 수신료 수익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 같은 케이블TV 업계 상황은 CJ그룹이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CJ E&M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결합상품·알뜰폰 등 이동통신시장도 파장

SK텔레콤은 알뜰폰 시장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CJ헬로비전은 가입자 88만여명으로 알뜰폰 시장 1위다. SK텔링크는 가입자 85만여명으로 2위다. 알뜰폰 1, 2위 사업자를 한꺼번에 자회사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CJ헬로비전 가입자 대다수가 KT 회선을 이용하고 있어 이통시장 점유율이 당장 높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1, 2위 사업자를 동시 보유하면서 알뜰폰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 회선 이용자를 SK텔레콤 회선으로 유도하면 점유율 자체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 고민이 커지는 부분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해 가계통신비를 끌어내리기 위한 장치다. 1, 2위 사업자가 이동통신 1위 사업자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제4 이동통신과 알뜰폰을 ‘투톱’으로 내세워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려던 구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 더 큰 파장이 예상되는 부분은 ‘결합상품’이다.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KT, LG유플러스에 비해 유선분야 경쟁력이 약했다. SK브로드밴드가 IPTV에서 334만여명으로 KT(640만여명)에 밀렸고 초고속인터넷 역시 499만여명으로 KT(828만여명)에 미치지 못했다. 인터넷전화는 178만여명으로 LG유플러스(451만여명), KT(340만여명)에 한참 부족했다.

CJ헬로비전은 초고속인터넷 88만여명, 인터넷전화(VoIP) 71만여명 등 유선통신상품 가입자가 많지 않다. SK브로드밴드와 힘을 합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통해 이 가입자를 흡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가입자 400만명이 넘는 CJ헬로비전 케이블TV가 결합상품으로 묶이면 파괴력은 배가된다. 단숨에 수십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미사용 선불폰 45만회선을 해지하면서 시장점유율 50%가 13년 만에 무너진 바 있다. 시장점유율 50%를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사와 케이블TV 업계가 SK텔레콤 결합상품 문제를 제기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과도한 할인이 어렵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내놓으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CJ헬로비전 인수로 SK텔레콤이 결합상품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두각을 나타내면 또 다시 결합상품 문제가 이동통신 시장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