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주한외국인, 특허 따면 비자 받는다

특허를 딴 외국인에게 한국 거주 비자가 주어진다.

법무부와 중소기업청은 최근 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 ‘오아시스’(OASIS·Overall Assistance for Start-up Immigration System)를 통해 특허 출원·등록 외국인에 비자를 발급해준다고 밝혔다.

[IP노믹스]주한외국인, 특허 따면 비자 받는다

오아시스는 ‘재한 외국인의 지재권 출원과 창업’ 지원을 골자로 한다. 수행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가 지재권 교육과 출원 지원을, 서울글로벌센터 등이 창업 지원을 담당한다.

지원자가 매 과정을 수료할 때마다 포인트가 적립된다. 포인트를 모두 쌓고 필수 조건을 충족하면, 종착역은 ‘비자’다. 비자 발급 필수 조건은 ‘특허’와 ‘스타트업 창업’이다. 즉, 특허를 출원·등록한 외국인 창업가에겐 비자가 발급된다.

발급되는 D-8-4 창업비자는 취득 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 비자로 전환 가능하다. ‘꿈의 비자’로 불리는 이유다.

작년 시범 사업에 참가한 총 126명 중 5명만이 모든 관문을 넘어 비자를 손에 쥐었다. 올해는 132명이 이 사업에 참가했다. 올해 지원자들은 최고난이도인 ‘특허’ 장벽을 넘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하고 있다.

지난 5월 온라인 구매대행업체 ‘에스크 아줌마’(Ask Ajumma)를 설립하며 모든 과정을 완수, 특허 출원만 앞두고 있는 미국인 마리아 리 CEO도 그 예다.

마리아 리 `에스크 아줌마` CEO
마리아 리 `에스크 아줌마` CEO

리 CEO는 지난 2012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파견돼, 미국 공무원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 3년간 말이 통하지 않아 음식도 살 수 없어 매일이 ‘생존’의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힘들었던 경험이 한국 ‘아줌마’가 되기로 자처한 이유다. 무엇이든 해결하는 아줌마처럼, 말 못하는 외국인을 대신해 필요 물품을 조달해주고자 구매대행업체를 설립했다.

에스크 아줌마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재한 외국인의 주문을 받는다. 음식부터 옷, 가구, 청소 대행, 심지어 반려견 훈련 서비스까지 주문 품목은 다양하다.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면 7명의 직원, ‘아줌마’가 어떻게든 이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한다. 단순 구매대행보단 ‘무엇이든 해드리는’ 흥신소에 가깝다.

재한 외국인 대상 구매대행업체 `에스크 아줌마` 서비스 소개
재한 외국인 대상 구매대행업체 `에스크 아줌마` 서비스 소개

에스크 아줌마는 지난 5월 출범이후 5개월 만에 3000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리 CEO는 “의뢰 성공률은 98% 정도 된다”고 자신했다. 어떻게든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상상치도 못한 주문들이 쏟아 진다”며 “최근엔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생칠면조 고기’를 찾으러 전국을 뒤졌다“고 전했다. 경기도 안성 소재 농장을 ‘털 날리게’ 뛰어다니던 칠면조는 몇 시간 만에 알몸이 돼 고객의 문 앞에 도착했다.

리 CEO는 “지난 15년간 책상앞에 앉아있던 미국 공무원이 오아시스를 통해 전국을 휘젓는 한국 창업가가 됐다”며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지난 8월 개발한 탈착형 웨어러블 자세 모니터링 기기 ‘잇스파인’(ItSpine) 특허 출원을 준비중이다. 에스크 아줌마도 상표 출원을 앞두고 있다.

특허 취득에 성공하면, 리 CEO는 ‘오아시스’로 꿈을 이룬 여섯 번째 비자 취득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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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노믹스=양소영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