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HP·델·레노버 변신의 의미

[기자수첩]HP·델·레노버 변신의 의미

세계 컴퓨팅 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최근 빅 뉴스는 단연 델(Dell)의 EMC 인수 발표였다. 양사의 딜은 670억달러(약 76조원)에 육박했다. 세계 최대 스토리지 기업을 인수하는 데 델은 IT 기업 인수 사상 최고 금액을 베팅했다. 자사 미래가 기업용 IT 시장에 있음을 강조했다.

HP도 뉴스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달 1일부로 PC〃프린터 등 소비자 제품을 만드는 HP주식회사(HP Inc.)와 소프트웨어〃서버〃스토리지〃네트워킹을 기업고객에 제공하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로 각각 분리했다. 193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단돈 538달러로 출발, 실리콘밸리 상징이 된 HP가 창립 76년 만에 둘로 나뉘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레노버도 빼놓을 수 없다. 레노버는 지난해 10월 IBM 서버(x86) 사업을 완전 인수하며 세계 3위 서버 업체로 우뚝 섰다. 통합 과정에서 고객 이탈을 겪는 듯했지만 조직 흡수 후 1년이 지난 현재 레노버는 제자리를 찾으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델과 EMC 합병, HP 분사, 레노버의 IBM 서버 사업 인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계에 직면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해석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변신을 고민한다는 점이다. 기업 규모나 자존심과 상관없다. 이득이 되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면 경쟁사와 한 배를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큰 시야와 안목에서 움직이고 승부수를 띄울 때는 스타트업 못지않게 실행이 빠르다.

130년 역사의 GE는 최근 2020년 세계 10대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 제조업체인 GE가 SW 중심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 기업도 미래를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실천한다. 글로벌 기업의 무한변신, 우리가 허투루 봐서는 안 될 트렌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