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이 저성장 모드로 진입했으며 이에 따라 차원이 다른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스마트폰 사업이 PC처럼 ‘S커브’와 유사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커브는 기업이 ‘성장세-가파른 성장세-성장정체’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S커브 끝자락에서 또 다른 S커브에 옮겨 타야만 도태되지 않고 고성장 기업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0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오다 2013년 전성기를 맞았다. 2013년 1~3분기 IT·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을 웃돌며(4분기는 5조4700억원) 2014년 1분기(6조4300억원)까지 호실적을 이어갔다. S커브의 가파른 성장세 단계였다.
2014년 2분기 4조원대로 감소했고 3·4분기 연속 1조원대로 급락했다. 올해 들어 2조원대를 회복했지만 다양한 프리미엄폰 출시에도 3조원대 회복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정확하지 못한 시장예측으로 출하량 조절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실적 악화는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 성숙에 따른 전반적인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이 근본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와 같은 성장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4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12억6500만대로 전년 대비 27.6% 성장했다. 올해 약 14억3000만대로 판매량은 늘지만 증가세는 13.1%로 감소할 전망이다. SA는 2020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3.6%로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IDC 역시 올해 연간 출하량이 전년 대비 11.3%로 지난해 성장률 27.6%의 절반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소비국인 중국 시장 성장 둔화가 글로벌 성장 둔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포화되면 결국 기존 고객 빼앗기 경쟁에서 승패가 갈린다. 1위 사업자 삼성전자에는 유리할 게 없는 구도다. 설상가상으로 애플은 ‘아이폰’만으로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 90% 이상을 차지하며 공고한 애플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생태계 안에서 애플은 라인업 단순화로 제품 원가를 줄이고 마진을 높이고 있다.
후발 주자인 화웨이는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 동기 대비 63% 증가하며 고속성장하고 있다. 중·고가 스마트폰 비중이 지난 분기보다 7% 증가하며 프리미엄폰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넛 크래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스마트폰 시장 성능 경쟁은 이미 끝났다. 더는 ‘초대박’ 제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가 과거처럼 스마트폰으로 6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상황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차원이 다른 변신을 강조한 것은 지금이 새로운 S커브에 올라타기 위한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애플 제품은 비싸도 구매하는 것처럼 확보한 브랜드를 갖추고 여기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어느 하나 쉬운 상황이 아니다”며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삼성페이 같은 신성장동력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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