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존감 도둑’이 된 젊은 세대들

[기고]‘자존감 도둑’이 된 젊은 세대들

설명환 서울특별시교육청 청소년진로교육 운영위원(beccokr@bec.co.kr)

화법은 사람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과도한 겉치레로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만 간단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타인의 대화 중 불쑥 끼어들지만 다른 사람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곧바로 말하지 않고 조용히 에둘러서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화법에는 성품과 함께 시대상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자존감 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젊은 층에게 일상화된 단어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단점을 부각시키는 언행으로 타인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타인의 약점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우리 시대 청년의 일상화된 언어 습관이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역시 10%가 넘는 청년 실업률에 시선을 간다. 실업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졸업 유예자만 1만 명이 넘겼다니 청년의 무게가 느껴진다. 취업을 해야 하는 데,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졸업을 유예하면 후배에게 눈총을 받는 거친 도덕률에 갇혀 버렸다. 사회에서 한창 일을 배우고 꿈을 향해 달려 나가야 할 시기에 자존감은 떨어지고 마음을 궁핍해져 버린 것이다.

급기야는 불안감과 자괴감으로 만들어진 마음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고 있다. 다른 사람의 단점이나 아픔을 보듬기 보단 공격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존감 도둑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 층의 냉혹한 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씁쓰레한 현실이다.

흔들리는 청년층은 보고만 있을 것인가. ‘호혜’의 문제가 아니다. 당위의 문제이며, 미래의 문제다. 기성세대라면 옆집 취업 준비생이 아니라 당장 10년 후 본인의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원동력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미래를 이끌 원동력은 젊은 시대의 머릿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같이 마음의 화살로 서로를 공격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사업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한국의 시대적 흐름을 이대로 지속할 수는 없는 것이다.

IT사업을 이끌고 있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1955년 생이다. 같은 시기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성장한 사람이 오늘날 최전방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이유다.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모임에서든 모임을 이끄는 나이가 됐다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이 생겼을 것이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한다. 상생은 타인 보다는 작게는 개인과 기업, 크게는 지역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한 일이다.

기성 세대가 청년들에게 상생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의 불합리함을 보면서 지나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을 살려 청년들에게 상생의 세대 정신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넉넉한 마음으로 인턴 자리부터 늘려나가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의 기성세대가 되길 바란다.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