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통신시장이 쪼그라든다···ICT 경쟁력 확보 빨간불

[이슈분석]통신시장이 쪼그라든다···ICT 경쟁력 확보 빨간불

통신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통신 기술을 앞세워 ICT 강국으로 군림해왔다. 통신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다른 ICT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산업 간 융합이 가속화될수록 통신 중요성이 높아진다.

통신 시장이 줄고 있다. 통신사업자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정체 상태다. 통신사 수익성이 악화되면 투자가 위축되고 이 여파는 ICT 산업 전반에 미치게 된다. 통신장비 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주도권 싸움이 한창인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기술 개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통신 3사 매출 2분기 연속 3000억원 이상 감소

3분기 이동통신 3사 전체 매출은 12조4704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3사 매출 12조7867원보다 2.5% 감소했다. 2.5%는 그다지 큰 숫자로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 금액은 3163억원에 이른다. 1년 만에 매출 3000억원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2분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3645억원이 감소했다.

SK텔레콤 2분기 매출이 지난해 2분기 4조3054억원보다 497억원, 3분기에는 1061억원 줄었다. KT는 각각 2023억원, 1652억원이 감소했다. LG유플러스 역시 1125억원, 450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모두 다 줄지는 않았지만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SK텔레콤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KT는 2분기에 큰 폭으로 늘었지만 작년 명예퇴직에 따른 비용을 지급했다.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2분기 944억원 증가, 3분기에 24억원 감소했다.

증가하던 통신사 매출이 모두 줄고 이 같은 상황이 2분기 연속 이어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마케팅 비용이 감소해 이통사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빗나가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4분기에도 특별한 실적 개선 요인은 없다”며 “당분간 상황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불투명하다는 탄식이다.

◇20% 요금할인, 매출에 장기적 영향

통신사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수익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무선 부문 수익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단통법 주요 제도 중 하나인 분리공시제(선택약정할인) 요금할인율이 지난 4월 20%로 상향된 게 무선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제조사 장려금이 포함되는 지원금과 달리 20% 요금할인 시 지급하는 할인 금액은 모두 통신사가 부담한다. 할인율이 12%였던 때와 비교하면 20% 요금할인을 받는 게 지원금보다 유리한 때가 많아 선택약정할인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현재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270만명에 달한다.

가입자에게는 아이폰6S와 같이 지원금이 낮고 단말 가격이 높을수록 선택약정할인이 유리하다. 반면에 통신사 수익 척도인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에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신사 고심이 커지고 있다.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 통화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7월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 음성통화는 75분 증가했지만 비용은 2600원 줄었다. 낮은 요금제로 갈아탄 가입자는 절반(50%)에 달했다.

ARPU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가입비 폐지 역시 전체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접속요율 인하가 통신 3사 매출 감소에 영항을 미쳤다. 접속료 통신 3사 합은 0원이 되지만 주고받는 금액 규모가 축소되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4분기에도 반전 기대 어려워

4분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폐지됐던 가입비가 다시 도입될 이유가 없고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통신사 매출이 성장세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업이익은 마케팅 등 비용 증가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매출은 단기간 내 달라지기가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 매출은 한 기업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매출이 줄면 신규 사업에도 제약이 따른다.

한 이통사 임원은 “새로운 투자나 요금인하 여력이 사라지고 있어 통신시장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내년 초에는 수조원대 주파수 경매가 진행된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도 이어져야 한다. 수익성은 악화되는 데 비용만 늘어나게 될 상황이 예상된다. 국내 ICT 산업 전반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국내 통신장비 절반 이상은 통신사에서 구매하고 있다. 통신사 수익이 악화되면 설비투자(CAPEX)는 줄어든다. 통신사가 신기술 투자를 줄이면 관련 ICT 중소기업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통신 투자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