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수익성 악화는 고사 상태에 처한 국내 통신장비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매출 과반이 통신사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롱텀에벌루션(LTE)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장비업체 시름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통신 3사는 올해 초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총 6조4000억원을 설비투자(CAPEX)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5600억원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통신사는 이 중 약 32.2%인 2조590억원을 상반기에 투자했다.
3분기에는 1조2362억원을 투자, 3분기까지 총 3조2952억원을 장비구매 등에 사용했다. 당초 계획했던 6조4000억원의 51.49%에 불과하다. 4분기에 설비투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4분기가 되더라도 통신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아질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장비 업계는 통신사가 예상했던 투자 금액을 모두 집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경일 다산네트웍스 부사장은 “국산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업체도 통신사 투자가 줄어들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4분기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통신 3사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하던 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스를 비롯해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중견 장비업체는 일찍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부 업체는 해외 시장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희망이 없는 상태다.
한 전송장비 업체 관계자는 “통신사는 전통적으로 예산을 책정해 두고 쓰지 못했던 것을 연말에 쓰기 때문에 4분기에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지난해 4분기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돼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업계에 통신사 투자가 절실한 이유는 대표적 통신장비인 스위치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스위치 구매의 83.5%가 통신사에서 발생한다. 기업과 공공시장은 일부에 불과하다. 전송장비 등 다른 장비를 합해도 구매 절반 이상은 통신사가 하고 있다. 통신사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감소가 장비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