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디지털 시장 조성…단일 전자화폐, 로밍 요금 폐지 기대

‘디지털 싱글마켓’은 말 그대로 한·중·일 전자상거래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인이 클릭만으로 우리나라 삼성·LG전자 제품을 쉽게 구매하고 우리 고객이 중국 샤오미나 화웨이 제품을 구입한다. 한국 온라인쇼핑몰은 간단한 통관 절차만으로 중국과 일본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한·중·일 3국 모두 매년 전자상거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거래액)는 세계 1위인 4262억달러다. 전년보다 35%나 성장한 수치다. 일본은 708억달러로 4위, 우리나라는 331억달러로 7위를 기록했다.

3국은 각각 다른 전자상거래 규제, 표준을 갖고 있어 교역에 장애가 적지 않다. 지식재산권, 독과점법, 과세기준, 보안·결제 등 관련 규제가 다르고 기술 수준과 적용 표준 등도 상이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직구, 역직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교역 상품·서비스에 제한이 있고 교환·반품 규정 등이 나라마다 달라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디지털 싱글마켓 조성으로 단일 전자화폐를 사용하면 결제가 종전보다 쉽고 빨라진다. 전자상거래 규제, 표준이 통합돼 보다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고 교역 품목과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통관·물류시스템이 통합·간소화돼 비용이 줄어든다. 통합 소비자 규정이 마련돼 갈등 없이 제품을 교환·반품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벤치마킹하는 모델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싱글마켓이다. EU는 지난 3월 회원국 간 상이한 디지털 규제 통합으로 교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디지털 싱글마켓 전략을 발표했다. 접근성 제고, 네트워크 통합, 성장 가능성 제고 등 3대 분야 16개 과제로 구성됐다.

디지털 싱글마켓 전략 일환으로 EU는 휴대폰 로밍 요금을 폐지한다. EU는 회원국 간 여행 시 부과되는 로밍 요금 한도를 내년 4월부터 통화 1분당 5센트, 문자메시지 2센트, 데이터 1메가바이트(MB)에 5센트로 제한한다. 2017년 6월 15일부터는 로밍 요금을 완전히 폐지한다. 역내 단일 통신시장 조성은 통합 디지털 시장 조성을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EU의 궁극적 목표는 규제 장벽을 허물어 28개 회원국이 하나의 디지털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다. 디지털 싱글 마켓 조성으로 관련 시장규모는 연간 4150억유로(약 517조원)로 확대되고 수십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EU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만큼 한·중·일 전략도 비슷한 형태로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화 대신 3국 단일 전자화폐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로밍 요금 폐지 등 통신시장 단일화가 이뤄지면 모바일 거래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공동체인 EU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세부 계획은 차별화가 불가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EU는 경제 통합 후 디지털 시장을 단일화하는 상황으로 한·중·일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제 실무적 논의가 시작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