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후폭풍에 내년 예산 부실 심사 우려...입법활동도 차질

정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 입법활동과 예산심사 등이 중단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국정화 저지를 위해 시민사회단체와와 손잡고 광범위한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의 국정화 고시 반발로 내년도 예산안(386조원) 심사는 이틀째 공전했다. 예결특위는 이달말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하지만 파행 상태가 이어지면 전체 심사 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예결특위가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종료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여당은 야당 불참이 계속되면 단독 예산안 심사 진행도 불사할 태세여서 여야간 충돌도 우려된다.

예결위는 4일 비(非) 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야당 의원이 전원 불참하면서 약 30분 만에 정회에 들어가 사실상 무산됐다. 전날 경제부처 부별 심사도 야당 측 의석이 텅텅 비어 결국 무산됐다.

부별 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예산안 졸속심사로 이어진다. 예결위는 당초 약 열흘 동안 감액 심사를 벌인 뒤 나머지 기간을 증액 심사에 할애할 계획이었으나 기간 축소가 불가피하다. 여야 극한 대치로 예결위가 공회전만 거듭하면서 늦어도 5일까지 마칠 예정이던 소위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입법활동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부르며 최우선 입법과제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지원사업법은 물론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근로자법·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 조속 처리가 불가능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정기국회 입법과제로 꼽은 경제민주화법, 재벌개혁 입법도 오리무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최저임금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등이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법이다. ‘재벌개혁 5대 입법과제’인 △재벌 편법상속문제 개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기업 조세감면 대상 대폭 축소 △시내 면세점 제도 개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국회 보이콧’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야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의원 직장은 국회인데,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무단결근을 계속할 경우 고용주인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청와대도 “교과서 국정화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조 하에 경제와 민생 현안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야당 공세에 맞대응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제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으고, 지금은 가뭄극복 대책과 민생,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