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국산 통신장비를 안 쓴다...얼마나?

공공기관 정보통신기술(ICT)장비 ‘국산화율’이 통신장비업계 화두로 급부상했다. 정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항목에 국산화율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공공기관이 국산화율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올해도 이 수치가 빠질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수치 정확성을 높여 향후 공개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ICT장비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행정자치부와 공동으로 ‘공공부문 ICT장비 사용현황’ 조사를 마치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졌다. 조사를 바탕으로 다음 달 초 ‘수요예보’를 발표한다. 공공기관 투자예정 정보를 공유, 중소기업이 연간 사업계획을 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수요예보를 발표한 뒤 연내 주요 사용현황을 공개할 방침이다.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처음 시행된 이 조사는 2300여개 공공기관 ICT 장비 보유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국산장비 사용을 늘리는 게 궁극적 목표다. 작년 9월 조사결과가 처음 발표됐다.

ICT장비 업계가 조사결과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정작 가장 중요한 ‘국산화율’ 정보가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공공부문 전체 ICT장비 보유규모와 분야별 보유규모, 기관별 보유액, 연도별 장비구매 현황 등이 포함됐다. 국산화율 정보는 없다. 국산장비 사용 비중이 공개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 그 동안 써왔던 외산장비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반면에 비중이 공개되면 공공기관으로서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심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부는 올해도 국산화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기관 장비 국산화율에 이해관계가 큰 통신장비 업계 불만이 크다.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협조를 안 하는 기관이 많아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국 수많은 공공기관을 1년 만에 조사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외국 눈치를 살핀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네트워크 업체 사장은 “예전부터 정부가 공공기관에 국산 ICT장비 사용을 권장했지만 조금만 강제하는 기미가 있으면 바로 외국 경제단체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전국에 흩어진 수천, 수만 공공기관을 일일이 조사하다보니 신뢰성 있는 숫자를 얻는 데 시간이 걸린다.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향후 정보공개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