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SW중심대학 사업에 8개 대학을 선정해 발표했다. 전국에서 40여개 대학이 신청했다고 하니 상당히 매력적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SW 중심사회를 지향하는 정부가 오랜 진흥 정책의 결론으로 대형 인력 양성사업을 전개했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으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 많은 대학이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은 20개 이상 대학으로 늘리는 지속적 사업 확장으로 해소시킨다고 하니 다행이다.
SW중심대학 목표는 대학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으나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SW 전문가 양성’을 첫째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교실 강의를 탈피해 산학프로젝트와 인턴십 등 현장교육을 활성화함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 및 대학과 교류를 확대해 글로벌시대에 맞는 실전적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비전공자에게 SW를 교육해 융합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SW산업 자체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 등 세계적 기업을 일구어낸 이들이 꼭 SW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SW 구현 능력을 겸비한 인재였다. 모든 산업 감초 역할을 하는 SW가 해당 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것 또한 인정된 사실이다.
공개 SW 활용을 촉진하고 청소년 SW교육에 대학이 참여하는 사업도 포함하고 있다. 본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SW중심대학 사업은 2%에 불과한 SW 세계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SW중심대학 사업 성공을 위해 풀어야 할 몇 가지 숙제가 있다.
학생과 기업이 실질적인 수혜자가 돼야 한다. 동시에 단순한 미래부 사업 차원을 넘어 교육부, 산업부 등이 범정부적으로 협력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사업이 돼야 한다. 정부 지원을 마중물로 삼아 기업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산학은 시도도 성과도 미미했다. 인턴십만 해도 95% 이상이 채용형 인턴십으로 인력 양성과는 무관하게 진행돼 왔다. 이제는 기업과 대학이 함께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며 인력 양성 동반자로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참여 대학의 일률적 사업목표를 지양하고 각기 대학 특성에 맞는 자유로운 인재 양성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SW 주체를 틀에 맞추어 양성한다는 것은 명확히 모순이다. 또 비록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해도 인재 교육 투자는 과감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결과를 향한 무모한 투자까지도 인정돼야 하는 것이 인력 양성이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농부가 씨를 심고 다음날 수확할 수 없는 것처럼, 씨가 싹을 트고 농부 손길을 따라 성장하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싹이 더디 난다고 해서 땅을 갈아엎고 또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무지함이 없기를 바란다.
지나친 우려이기 바라지만 대학이 지나치게 SW 인력 양성에 치우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연구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본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을 배려해야 한다.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해서 해당 학문 수준이 저하되는 불균형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사회 중심 단어는 ‘스마트’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 로봇, 3D프린터, 무인자동차, 드론 등 SW를 중심으로 한 기술이 스마트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의료, 항공, 교육, 국방, 예술 산업이 SW를 장착해 더욱 스마트한 사회를 창출한다. 이러한 현실의 중심에서 글로벌 최고의 SW를 만드는 장인 교육이 SW중심대학 사업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