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 강력 반대”…중기 유통사들 집단 반발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이하 중기경쟁제품) 지정 문제를 놓고 업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종 결정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기업 협력사가 대거 지정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P와 델 등 외산 제품을 취급하는 협력사 211곳이 지난 3일 중소기업청을 방문해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정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과 의견서, 211개 기업 대표명의 연명부 등을 전달하고 반대 의사를 강력 표명했다.

외국계 기업 협력사가 그동안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으나 200여개 회사가 뭉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서버·스토리지 유통 기업도 엄연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라며 서버·스토리지를 중기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국내 수많은 중소기업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외산기업 협력업체 일동 명의로 작성된 반대 의견서에 따르면 “외산기업 협력업체는 단순한 유통 과정에 관여하는 것 외에 하드웨어와 맞물리는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 판매하고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관련 기술력을 꾸준히 향상시켜왔다”며 “서버·스토리지를 중기경쟁제품으로 지정한다면 하드웨어의 유통뿐만이 아니라 자체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사업도 타격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당초 목적과 다른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중기경쟁제품 지정 시 혜택은 국내 몇몇 조립회사에만 돌아가고, 다른 수많은 중소기업은 매출 피해·도산·일자리 감소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생존이 달려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서와 연명부를 제출한다”고 덧붙였다.

중기경쟁제품은 국내 제조 기반을 둔 중소기업을 공공시장에서 우대하는 제도다. 3년마다 대상 품목을 지정한다. 중기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은 해당 제품을 공공기관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외국계 기업 협력사도 마찬가지로 판로가 막힌다.

이에 반해 국내 제조사는 외산장비 의존도가 심각해 서버·스토리지 중기경쟁제품 지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중기 보호 및 제조업 육성 논리다. 외국계 기업과 협력사는 외산제품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단순 조립 수준에 그치는 소수 제조업체를 위해 다수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맞서왔다.

최종 지정 여부는 중소기업청이 결정한다. 중소기업청은 현재 부처 등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청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상 품목을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번 외산 협력사들의 집단 반대 의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버·스토리지의 중기경쟁제품 지정은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지난해 추가 품목 선정 때 중기청 심사에서 탈락했다. 국산 제품에 대한 품질과 사후서비스(AS) 등에 대한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