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최장 30년에 걸쳐 95~100% 수준 자유화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수준이나 기계·전기·전자 분야는 미국의 일본 상대 개방 수준이 더 높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뉴질랜드가 12개 TPP 회원국 가운데 처음 협정문을 공개했다. 지난달 5일 타결 선언 후 한 달 만이다.
시장 개방은 즉시철폐부터 최장 30년까지 품목 수 기준 95~100%를 자유화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공산품은 호주(99.8%)·멕시코(99.6%)를 제외한 10개국이 관세를 100% 철폐한다. 당초 TPP 회원국은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추진했으나 일부 국가 민감성을 감안해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기 타결한 FTA와 비슷한 수준 개방이다. 우리와 FTA를 맺은 상대국 시장 개방 수준은 98~100%다.
우려했던 자동차는 관세만 놓고 보면 한미 FTA 자유화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 미국은 TPP에서 일본 승용차에 2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발효와 동시에 관세 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 15년 뒤부터 내리는 방식이다. 한미 FTA에서는 5년 철폐 일정에 따라 내년 관세가 사라진다.
기계·전기·전자 분야는 미국 시장을 놓고 일본과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TPP에서 일본에 대다수 품목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한미 FTA에서는 일부 가전제품을 2021년 1월까지 10년에 걸쳐 관세를 인하한다. 세탁기·전자렌지 등이 TPP 즉시 철폐 품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규범 분야에서는 역내에서 생산·수행된 재료와 공정을 모두 누적해 원산지를 판정하는 완전누적기준이 도입됐다.
정부조달은 WTO 정부조달협정(GPA), 한미 FTA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12개국 중 한국에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멕시코·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가 포함돼 있다. 한국 TPP 미가입에 따른 불이익이 예상된다.
지식재산권은 신약 시판허가를 위해 당국에 제출된 원개발자 자료를 최소 5년간 보호하도록 했다. 상표·특허·저작권·산업디자인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한미 FTA와 비슷하다.
한미 FTA에 없던 국영기업·중소기업·규제조화 등 신규 조항이 추가된 것은 차이점이다. TPP는 국영기업이 민간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국내외 기업을 차별 없이 대하도록 했다. 국영기업에 정부 보조 등 비상업적 지원 수단을 제공해 상대국 산업에 피해를 야기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대략적이나마 신규 가입 절차도 언급됐다. 한국은 2013년 말 TPP 관심 표명 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TPP 협정문은 신규 국가가 가입을 요청하면 작업반(워킹그룹)을 설치해 가입 조건을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TPP는 모든 회원국이 자국 비준절차를 완료하면 발효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단 서명 후 2년이 지나 GDP 합계 85%를 넘는 6개국 이상이 비준 절차를 마치면 해당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발효한다.
정부는 협정문 공개에 따라 산업부 주관으로 구성한 범 부처 협정문 분석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한다. 세부 상품·서비스 양허 결과를 분석하고 기 체결 FTA와 비교한다. 약 한 달 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칠 세부적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청회·국회보고 등 절차를 거쳐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