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연내 미완료 대형사건 수두룩…기업·소비자 피해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맡은 대형 사건이 상당수 연내 마무리되지 못 할 전망이다. 해당 기업은 새해 사업계획 설정에 차질을 빚고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본 소비자·중소기업 구제가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원회의가 8~10월 3개월 동안 네 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

전원회의는 재판 1심을 대체하며 보통 한 주에 한 차례 개최된다. 하지만 8월과 9월에는 각각 1번, 10월에는 2번 열렸을 뿐이다. 국정감사와 여름휴가 등으로 사건처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11월과 12월 각각 3~4차례 전원회의가 열리지만 그동안 접수한 주요 사건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고 관심사는 CD금리 담합 건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부터 시중은행 CD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못 냈다. CD금리는 대출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담합 사실이 드러나면 수많은 은행 이용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정위는 아직 전원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내년 초 전원회의가 열리더라도 쟁점이 많아 한 번에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공정위 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조사를 시작한 퀄컴, 오라클 불공정 행위건도 내년 초에야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퀄컴, 오라클과 거래하는 국내 대·중소기업이 내년 사업계획 설정에 차질을 빚고 피해 구제도 늦어지게 됐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퀄컴 건 처리와 관련 “연내 심사보고서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TF는 잠정 올해까지만 운영할 예정이어서 사건 처리가 더욱 늦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발표된 대기업 인수합병(M&A)건도 사실상 연내 처리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내년 초 처리가 기대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이보다 늦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사업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롯데케미칼의 삼성SDI 케미칼사업 부분 및 삼성정밀화학 인수 심사를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은 M&A 완료 시기를 내년 4월, 롯데케미칼은 내년 상반기로 설정했다.

공정위 한 간부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 “유료방송뿐 아니라 인터넷 등 여러 사업이 관계된 만큼 기업결합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사건 처리에 허덕이는 상황은 매년 하반기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 연말연시 행사 등으로 사건 처리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성 인력 부족이 근본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공정위는 정원을 늘려 대기업을 감시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자 했지만 올해 정원은 오히려 작년보다 줄어든 525명이 됐고, 내년 정원도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하반기 전원회의를 많이 개최하지 못하는 상황은 매년 마찬가지”라며 “다음 달에는 거의 매주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보통 1월 초까지는 전원회의 개최가 미진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