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는 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놨나

SKT는 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놨나

‘동영상 소비자를 잡아라.’

이동통신사가 동영상 삼매경에 빠졌다.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해줄 ‘구세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와이파이가 아닌 일반 데이터로 시청해도 부담이 적은 저용량 동영상 서비스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9일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핫질(HOTZIL)’을 출시했다. 연예인이나 인기BJ, 일반인 등이 생산한 동영상을 제공한다.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트레져헌터’에 지분투자도 하기로 했다.

김종원 SK텔레콤 미디어사업본부장은 “핫질 출시와 트레져헌터 지분투자는 새로운 뉴미디어 플랫폼 개발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국내 최고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을 출시한 것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동영상을 통한 데이터 소비 확대로 잃어버린 수익성을 되찾으려는 전략인 것이다.

SKT는 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놨나

우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더 이상 고가요금제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다. 보조금으로 고가요금제 강요가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가 도입되면서 고가요금제 사용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데이터요금제는 기본요금에서 음성을 무제한 제공하기 때문에, 음성통화가 많은 사람이 고가요금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데이터요금제를 선택한 사람 절반 정도가 이전보다 낮은 요금제에 가입했다.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 증가율도 둔화됐다. 이동통신3사 무선가입자 중 LTE 가입자 비중은 LG유플러스 80.7%, KT 69.3%, SK텔레콤 64.8%다.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는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이처럼 다각적 요인으로 이동통신사 수익 근간이 되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성장한계에 직면했다. SK텔레콤은 3분기 ARPU 3만6729원으로 지난해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KT 역시 3만6193원으로 1.2% 증가에 머물렀으며, LG유플러스는 3만6294원으로 오히려 0.8%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ARPU를 늘리기 위해 이통사는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가입요금을 높이기보다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돈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동영상이다.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청할 때마다 데이터 사용량도 다른 콘텐츠보다 많기 때문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9월 현재 전체 무선데이터 트래픽 55.1%를 동영상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이동통신사와 인터넷플랫폼 사업자 등은 앞 다퉈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6월 출시한 ‘LTE비디오포털’이 대표적이다. 13만여편 동영상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국내외 인기 영화나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요한 점은 저용량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용량 동영상은 와이파이 환경에서 다운로드 받아 시청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십 메가바이트(MB)~수백MB 분량 동영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TV, 카카오TV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이 9일 출시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핫질’도 이 같은 전략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일반인(전문가 포함)이 생산한 저용량 동영상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엄격한 검증을 통해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핫질은 프리미엄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해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라며 “서비스 품질이 좋으면 데이터 사용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