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떨려요”
우리는 콤플렉스를 안고 살며 자존감에 상처를 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진정한 리더십을 키워가야 하건만, 우리의 삶은 필연적으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콤플렉스를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감을 잃고 리더십을 훼손당하는 경험들의 연속이 아닐까? 우리의 삶, 사회라는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책을 내고 본격적으로 발표불안을 다루면서 그 발표불안의 뿌리를 캐내가다 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 콤플렉스, 열등감, 이런 것들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런 뿌리들을 보살피지 않고 그저 발표만 잘 하게 할 수가 있을까? 물론, 일시적으로 그런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오장육부에 문제가 있어 피부트러블이 생기는데 피부 약만 열심히 바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결국, 원인은 제거하지 않은 채 주변만 맴도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아래 최근의 사례를 실어 본다.
그녀 : `저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떨리는데 어떡하죠?`
나 : `그래요? 어떻게 떨리시는데요?`
그녀 :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고, 떨리고, 더듬을 때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대화. 그녀의 경우는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았다. 20대. 얼굴도 예쁘고 단정하고 옷 매무새도 깔끔했다. 그런데 그녀는 사람의 눈을 제대로 못 본다. 이야기를 더 나눠보니 내면의 상처도 보인다. 그녀는 착하게 자랐다. 배려심도 깊다. 그리고 그녀의 삶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반듯하게 살아 오신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가 있었다.
반듯한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아마도 스스로를 엄청나게 통제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한 번도 안 해 봤단다. 제대로 된 사랑에 대한 느낌을 모를 가능성도 크다. 그녀 깊숙한 곳에 트라우마가 있고 콤플렉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발표불안이라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안 떠는 방법이 없나요?` 그녀는 줄곧 안 떠는 방법을 물어 왔다. 그녀는 떨림을 어색해했다. 그녀의 삶이 그녀로 하여금 떨림을 극도로 거부하게 만들었다. 그녀 세포 깊숙이 각인된 그 거부감은 그녀의 생각과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서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에게는 슬픈 소식이겠지만 아쉽게도 안 떠는 방법은 없다. 유일한 방법은 떨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줄곧 안 떨리게 해달라고만 요구한다. 아! 안 떨리는 방법이 있긴 있다. 생을 마감하는 것. 그러나 살아 있는 한, 삶 자체가 떨림의 연속이다. 어찌 살면서 떨리지 않기를 바라는가.
그녀 스스로 이러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스피치과정에 들어온다면 비슷한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떨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만 그녀는 그런 용기조차 내지 못한다.
차근차근 그녀의 심리상태를 물어 보자 그녀는 강하게 거부한다. 마치 그런 것은 들추지 말고 그냥 치료약만 달라는 식이다.
안타깝다. 그녀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그녀의 수치심을 건드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 수치심을 스스로 드러내기 전까지는 나도 강하게 거부해 왔으니까. 긴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내 안에 있는 용기와 지혜를 불러 내자”
그녀는 마치 살을 빼고 싶어 하면서도 먹는 것은 결코 멈추려 하지 않는 이와 같았다. 그녀는 마치 살을 빼고 싶어 하면서도 운동은 결코 허락하지 않는 이와 같았다. 그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수치심, 열등감, 죄책감, 두려움을 다루지 않고서는, 마치 오장육부를 살피지 않고 피부 약만 바르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피부 약만 발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얄팍한 힐링산업의 희생양이 되어 잠깐의 최면에 걸려 행복감을 느낀 것 같으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우울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의 이런 성격이 그녀의 삶에 아무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개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지극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도망 다니고 피하고 감수하며 산다면, 그런 삶은 어찌 보면 무척 억울한 삶이 되는 것이다.
물론 힘들다. 나도 40년을 수치심을 외면하며 도망 다니며 살아 왔으니. 일단 조심스럽게 스스로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용히 혼자 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관찰해 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무엇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거부한다면 궁극적인 해결책은 없다. 그것이 트라우마이든 콤플렉스이든 그것과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자신 안에 잠자고 있는 용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진정한 지혜와 함께 하기 시작한다.
깊숙한 곳에서 자신을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는 `용기`와 `지혜`를 불러 내자. 그 순간부터, `두려움`은 슬슬 꼬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빈현우 발표불안해결사]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2달만에 책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스피치의 매력에 빠지다`와 `나는 2달만에 책을 쓰고 1년만에 프로 강사가 되었다`가 주요 저서.
-스피치, 리더십, 열정을 주제로 한 특강과 더불어 ‘스피치리더십 8주과정’ 외 다수 강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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