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모바일 AP, 퀄컴 대항마는 삼성전자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갤럭시S7용으로 양산을 시작한 엑시노스8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면면은 삼성 시스템반도체 사업 역량이 업계 톱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성과는 프리미엄 AP의 실리콘 다이(Die)에 모뎀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과 독자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적용한 것 두 가지다.
모뎀 기술과 이를 AP에 통합하는 것은 세계 유수의 시스템반도체 업체도 해내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다. 현재 프리미엄 AP에 최신 롱텀에벌루션(LTE) 모뎀 기능을 넣을 수 있는 업체는 퀄컴이 유일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ST에릭슨, 브로드컴 같은 업체는 통합에 앞서 단일 모뎀칩조차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AP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독일 인피니언 무선통신칩 사업을 인수한 미국 인텔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대만 미디어텍도 프리미엄급 모뎀통합 AP 개발은 아직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과거 2~3년간 모뎀칩과 무선주파수(RF)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부터 시스템LSI 사업부 내 ‘모뎀개발실’을 가동, 관련 솔루션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모뎀개발실장을 맡았던 강인엽 연구위원(부사장급)은 모뎀 솔루션 개발과 상용화를 성공시킨 이후 올해부터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을 맡아 통합칩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퀄컴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초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사실상 최근 모뎀솔루션 분야 성공 주역은 강 부사장이라는 것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CPU 코어를 직접 설계한 점도 주목할 내용이다. ARM 아키텍처 기반 모바일 AP 가운데 독자 설계 코어가 탑재된 제품은 애플 ‘A 시리즈’와 퀄컴 ‘스냅드래곤’밖에 없다. 퀄컴은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는 ARMv8 아키텍처 기반 독자 코어(크라이요)는 내년 출시되는 스냅드래곤 820에나 탑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기술 역량이 모바일 AP 1위 업체인 퀄컴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독자 설계 CPU를 사용하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AP를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하는 ‘A 시리즈’ AP의 사이클론 코어는 iOS에 최적화해 적은 수의 코어와 적은 D램 용량으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독자 CPU 코어는 다(多)코어 환경에서 고성능을 내고 전력 소모를 최대한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갤럭시S7에 탑재될 엑시노스8 시리즈는 8개의 CPU 코어를 내장하고 있으며 기본 작동 속도(클록)도 스냅드래곤 820보다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사실상 프리미엄 범용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에 대항할 수 있는 업체는 모뎀 솔루션과 독자 코어 설계 능력을 가진 삼성전자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내부 거래와 외부 판매 비중까지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14나노 공정에 이어 모뎀칩 통합 역량을 갖춤으로써 과거와 같은 실적 부진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 2분기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흑자폭을 확대했다. 이번 성과로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역시 퀄컴과 칩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2015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용 모바일 AP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자료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