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칠판협회 “기재부 등이 대기업 대변인이냐” 반발

정부가 다음 달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이하 중기 간 경쟁제품)에 전자칠판(인터랙티브 화이트보드)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가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중소기업청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전자칠판협회는 “시장 특성을 모르는 정부부처가 대기업 논리를 그대로 전달했다”며 “기재부 등이 대기업 대변인이냐”며 강력 반발했다.

11일 전자칠판협회 등에 따르면 이들 3개 부처는 중기청이 진행한 전자칠판 중기 간 경쟁제품 관련 부처 의견 수렴에서 “대기업 참여가 (전자칠판 시장에) 필요하다”는 뜻을 지난달 말 중기청에 전했다. 기재부 등은 대기업 참여가 필요한 이유로 △(대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 및 시장 활성화 차원 △지난 6년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중소기업을 보호했지만 품질·서비스 미흡으로 글로벌 경쟁력 저하와 국내 시장 축소 △대기업에 허용해도 전자교탁은 중소기업 제품을 100% 활용하고, 전자칠판도 TV형에 국한돼 중소기업 영역에서 일부만 참여 △경쟁 제한으로 대당 가격이 고가 △대기업이 민수시장 판로 개척을 위해 지난 6년간 지속적 제품 개발에 투자했지만 민수시장 수요가 전무해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더불어 해외 시장 진출도 애로를 겪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전자칠판협회는 기재부 등이 낸 의견은 “지난 8월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조정회의 때 모 대기업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허용하자는 것에 대해 “시장을 일부 개방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하면 자금력과 조직력이 거대한 대기업이 시장을 모두 차지해 중소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 견해를 보였다. 대기업은 자본력과 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민수시장(사립학교, 사립대학, 학원 등)에 진출해 충분히 레퍼런스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6년간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최고 품질을 갖고 있고, 협회 회원사 중 일부는 일본과 미국 등 63개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 축소는 국가예산 집행이 줄어서 그런 것”이라고 부인했다. 대기업을 허용해도 중소기업과 상생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전자칠판 생산 시 디스플레이는 100% 대기업 제품을 구매한다. 대기업은 주요 원자재를 공급하고 대신 중소기업은 대기업 원자재를 구매해 완재품을 생산하는 것이 상생”이라고 주장했다.

전자칠판협회 반발이 커지자 이들 부처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기청에서 의견을 달라고 해 중기와 다른 입장을 가진 곳의 의견을 전달한 것 뿐”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중기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도 “협회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중기 입장을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품목 하나하나에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갖는 효율성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앞으로 있을 부처 간 회의 등에서 충분히 중기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칠판은 지난 2010년 1월 처음으로 중기 간 경쟁제품에 지정됐다. 이어 2013년 1월 재지정됐고 오는 12월 세 번째 지정 여부를 앞두고 있다. 세계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지난 2012년 13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 18억5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반면에 수요가 대부분 공공인 국내시장은 역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2010년 852억원에서 2014년 357억원으로 줄었다. 사업체 수도 2010년 84곳에서 2014년 42곳으로 49% 감소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