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S "연말 패널 재고 폭탄이 내년 시황 좌우"

4000만대에 달하는 TV와 디스플레이 제조사 패널 재고가 내년 디스플레이 시황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장에 발생한 약 4000만대 TV 패널 재고 부담을 연말에 소화하지 못하면 내년 디스플레이 판매가격 인하나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1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IHS 디스플레이 코리아 포럼 2015’에서 내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공급과잉이 지속돼 가격 하락 압력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디스플레이 시장은 물량 부족을 겪었지만 올해 1분기부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세트 제품 판매가 줄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실제로 TV와 패널 공급 격차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5%로 TV세트 공급이 많았지만 올 2분기 43%로 패널 공급량이 많았다. 하반기부터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TV 제조사까지 판매 목표치를 낮췄고 하반기 TV 판매가 역성장했다.

정윤성 IHS 상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공급과잉 시기를 제외하면 올해 가장 안 좋은 패널 가격 하락률을 기록했다”며 “8세대 라인 생산량이 워낙 많은데다 대형 패널 생산이 늘며서 가격 하락세가 더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IHS는 올해 TV용 디스플레이 재고량이 4000만대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윤성 상무는 “이 재고 물량을 연말에 얼마나 판매하느냐가 내년 시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재고를 조정하려면 패널 제조사는 판매가격을 인하하거나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을 줄이는 전략을 쓴다. 하지만 가동률을 낮추면 원가가 상승해 손익구조가 나빠진다. 판가를 인하하면 제살 깎아먹기가 된다. 반면에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가동률을 조정할 움직임이 아직 없고 중국은 되레 가동률을 높이면서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올 4분기 기준으로 TV세트와 디스플레이 출하 격차는 작년 동기 대비 2%가량 증가했다. 패널 크기별 재고를 보유해야 하므로 매년 재고물량이 늘긴 했지만 올해가 역대 최대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정윤성 상무는 “수량이 아닌 단위 면적당 이익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게 유리해지므로 30인치대 물량을 줄이고 대면적 디스플레이를 늘리는 게 대안”이라며 “구형 팹 가동을 중단하고 대형 라인에서 TV 외에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고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환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UHD와 OLED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화질 제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주효하다. IHS는 내년에 55인치 기준 UHD 패널 판매가 풀HD를 상회하는 첫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는 2017년에는 40인치 이상 대에서 절반 이상이 UHD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한 이사는 “중국이 LTPS, 옥사이드, OLED 등 신기술에 투자를 늘리며 기존 LCD 시장과 신시장을 모두 잡으려는 시도를 한다”며 “중국과 경쟁해 살아남을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성 상무는 “아직 중국과 기술과 생산력 격차가 있지만 향후 2~3년 후에는 중국과 비슷해지거나 한국이 뒤쳐지는 분야도 있을 것”이라며 “대면적 OLED, 생산라인 조정 등 미래 준비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2018년 이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