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하지 못하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은 국가 연구개발(R&D) 성과를 분석해 유망기술을 기업이 사업화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기관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강훈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장을 11월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진흥원장실에서 만났다.
원장실로 인터뷰 요청을 하자 “강훈입니다”고 했다. 원장실 비서가 잠깐 자리를 비웠나 했더니 그게 아니다. 원장실에는 비서가 없다. 모든 전화를 직접 받았다.
강 원장은 산학연관을 거친 폭넓은 이력의 소유자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과 수원대 초빙교수, 벤처투자 전문가, 황해경제자유구역청 본부장을 거쳐 2014년 7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원장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붉은 가로수 단풍이 장관이다.
-비서가 없는데 이유가 있나.
▲비서를 둘 이유가 없다. 누구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 업무처리에 지장이 없다.
-올해 추진한 진흥원 역점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기초연구성과활용 지원사업과 신산업 창조프로젝트, 산학연 공동연구법인 사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 R&D 성과물 중 사업화가 가능한 유망기술을 발굴, 이를 지원사업과 연계해 사업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연구성과를 활용하는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술이전 사업화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미래기술 데이터베이스(DB)가 많지만 기업 활용도는 아직 낮다. 기관별로 제공하던 유망기술 정보를 기술DB로 통합해 수요자인 기업이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미래기술마당’이란 사이트를 구축했다. 기술DB에는 정부 출연연과 특성화 대학에서 개발한 유망기술이 들어 있다.
-기술DB에는 몇 건의 기술이 들어 있나.
▲사업추진이 가능한 기술 3200여건이 들어 있다.
-기술이전은 얼마나 했나.
▲올해는 지난 10월 말까지 기업에 사업화 기술 87건을 이전했다. 2014년에는 97건을 이전했고 2013년에는 52건을 했다. 해마다 기술이전 건수가 늘었다. 신산업창조프로젝트사업 기술사업화를 추진하면서 68억원에 달하는 투자유치도 했다.
-창업도 지원했나.
▲2013년 한 건이 창업했다. 지난해는 12건으로 늘어났다.
-기술이전료는 얼마나 받았나.
▲2013년에는 정액기술료 60억여원을 받았다. 2014년에는 123억여원으로 배 이상 이전료가 늘었다. 올해는 지난 10월 말 현재 100억여원에 달했다. 이외에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받는 경상기술료까지 따지면 연구자가 받는 이전기술료는 더 많다.
-기술이전은 무료인가.
▲무료서비스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기술 분야별 전문가를 동원해 원하는 기술도 찾아준다. 하지만 그런 기업은 극히 일부다.
-성공한 기술이전 사례는.
▲2014년 7월 김명옥 경상대 교수가 개발한 치매치료제 물질을 정책기술료 20억원에 한국파마에 이전했다. 세계 최초로 천연 단백질을 활용해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했다. 치매치료제 시장은 연 30조원 규모로 추정한다.
2014년 4월 박종오 전남대 교수가 개발한 ‘능동 캡술 내시경’ 관련 기술 9개를 아레스메드에 정액기술료 10억원에 이전했다. 2017년 능동 캡슐 내시경 상용화에 성공하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2013년 한창수 경북대 교수팀이 개발한 ‘분자진단 기기와 시약제품’ 사업화를 위해 2014년 7월 ‘엠모니터’라는 기업을 창업했다. 이 기술은 의료현장에서 30분 만에 패혈증, 뇌수막염, 폐렴, 결핵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벤처캐피털에서 1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기술이전을 어떤 방식으로 하나.
▲공공기술거래시장은 기술이 주도하는 시장(Tech-Push)과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Market-Pull) 형태로 거래하는데 연구자와 수요자 간 직접 거래방식이 78%에 달한다. 아직은 공급자 위주다. 기술은 수요자 시각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술 수요자 관점에서 유망기술을 발굴해 연결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미래기술마당에서 출연연이나 대학 사업화 유망기술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으로 기업 수요를 찾아 기업과 연결해 준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기술사업화 분과 5개 분야는 2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미래기술마당과 기술보증기금 기술이전매칭시스템(KTMS)과 연계해 기업연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벤처기업협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분기별 기업수요를 파악해 기초 원천기술과 연결하고 기술이전 설명회도 열었다. 앞으로 수요자 맞춤형 상생 마당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화 기술은 어떻게 선정하나.
▲미래부 연구성과 기술 사업화를 위해 시장성을 분석해 그럴 가능성이 있는 기술 중에서 타당성을 판단한 후 유망기술로 발굴한다. 사업화 유망기술은 수요 기업발굴과 이전협상, 기술이전과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기술 차별성, 기술완성도, 시장규모와 성장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기술과 권리 시장 전문가 검토를 거쳐 사업화 기술을 선정한다.
-사업화 기술은 수요자 시각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나.
▲당연히 수요자 관점에서 판단해야 사업화가 성공할 수 있다. 원천기술이나 기술 권리성은 연구자, 변리사 같은 전문가 의견을 구한다. 수요자 시각을 대변할 벤처캐피털, 사업화 전문가, 기업 수요자 의견을 듣는다. 진흥원은 올해부터 기술 중에서 시장성이 있는 유망기술은 자체 발굴했는데 내년부터 사업화할 방침이다.
-창업 시 어떤 지원을 하나.
▲크게 네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심층기술가치평가지원사업이다. 창업 시 현물출자에 필요한 기술가치평가를 지원한다. 올해 35건 지원했다. 한 건당 2000만원이다. 기업설립을 전제로 전액 지원한다. 둘째 사업화 유망기술 발굴과 기술컨설팅, 비즈니스모델 설계, 기술업그레이드 지원 사업이다. 미래부에서 연구자를 대상으로 창업형과 기술이전형 두 가지 유형으로 지원한다. 셋째 신산업창조프로젝트 사업으로 전문가들이 기술사업화 전 주기를 2년간 책임관리해 준다. 마지막으로 산학연공동연구법인 설립과 R&D 자금을 지원한다. 지금은 창업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술이전 사업화와 신산업창조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른가.
▲미래부 신산업창조프로그램은 미래사회 융합기술을 발굴해 새로운 시장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로 세계 최초로 신산업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사업이다. 기술 사업화에 풍부한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단이 사업단 선정과 사업화까지 2년간 전 주기를 책임 관리하고 지원한다.
-기술이전사업에 보완해야 할 점은.
▲기업에 기술이전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 기획단계부터 시장수요를 예측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면 기술이전과 창업이 훨씬 쉽다. 투자한 자금의 조기 회수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투자한 후 2~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면 투자가 활발할 것이다. 지금은 투자금 회수기간이 너무 길다.
-사업화 기술이전 시 양측 견해차가 있지 않나.
▲시각 차이가 있다. 기술 공급자는 완성한 기술이어서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기업은 사업화하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 서로 시각 차이를 줄이는 일이 기술사업화 성패를 좌우한다. 기술 완성도나 사업화 접근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도 만들어야 한다. 현 기술수준(TRL)제도 보완해야 한다. 제3자 시각에서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
-기술사업화에 의견을 덧붙인다면.
▲기술사업 3요소는 기술공급자와 기술수요자, 조건이다. 3요소가 충족할 때 기술이전사업은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다. 기술화이전 사업 정책이나 예산은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사업화 가능한 기술 기획과 개발, 연구자, 기업 기술 활용 독려에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구성원을 기술사업화 전문가로 양성하고 진흥원도 최고의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으로 발돋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공공기관과 대학, 민간 기술이전전담조직(TLO)과 협력을 강화해 기술사업화 성과를 극대화, 창조경제 구현에 선도역할을 하겠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청경우독(晴耕雨讀)이다. 취미는 최근 기술 사용하기다. 강 원장은 흔히 말하는 얼리 어답터다. 휴대폰 대신 최근 나온 스마트워치인 삼성 ‘기어S2’를 사용한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