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경쟁력은 조직력에서 나온다. 서로 다른 조직원을 하나의 단일한 팀으로 만들어야 회사의 힘은 극대화된다. 천재로 이뤄진 집단도 조직력이 없으면 무너지고 만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천재집단인 나사(NASA)도 수많은 실패를 거치면서 공고한 팀워크와 조직력을 구축했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건, 1990년 허블망원경 반사경 문제, 1993년 옵저버호 발사 실패 등 엄청난 실패를 바탕으로 ‘성공’을 목표로 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계열 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나사에서 12개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했으며 나사 우수리더십상을 두 번 받았다. 이후 나사를 나와 물리학이 아닌 리더십 연구에 집중했다. 스스로 ‘인간 물리학’ 실험이라 표현하는 이 연구는 ‘4-D시스템’이라는 팀빌딩 프로세스로 발전했다. 이 프로세스는 지금도 나사의 수많은 연구팀과 프로젝트에 이용되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나사의 실패가 인간 부주의가 불러온 인재이며 ‘사회적 맥락(Social Context)의 보이지 않는 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흰종이 위에 쇳가루를 뿌리고 막대자석을 놓으면 보이지 않는 힘, 자기장에 의해 쇳가루는 모양을 갖춘다. 저자는 조직도 이처럼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며 이를 ‘사회적 맥락’이라 칭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다. 공동주택 깨진 유리창이 수리되지 않으면 범죄률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수리되지 않은 창문은 ‘이곳에는 책임자가 없다’라고 추측하게 하는 맥락을 형성하므로 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이 원리를 이용해 맥락을 강화해 지하철 범죄를 줄이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동차를 청소하고 무임승차하는 사람을 걸러내는 전략을 실시, 성공을 거두었다.
뉴욕시의 지하철 프로젝트는 팀빌딩과 비슷하다. 팀빌딩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고 그 흐름, 즉 맥락을 조절하는 일이다. 이 책은 사회적 맥락을 알려준다. 자기장처럼 조직의 보이지 않는 힘을 이해하지 못한채 억지로 프로젝트를 이끌려고 하면 당연히 그 일은 100% 실패한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는 수직적인 군대문화, ‘선배가 왕이다’는 상명하복 문화, ‘불통과 불신’ 같은 비정상 등 사회적 맥락을 이해해야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기술결함인 경우가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원인으로 작용하는 요소는 사회적 혹은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로세스를 통해 팀 내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관계의 맥락을 바꾸면 팀 성과가 개선된다고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적 맥락은 인간 행동을 결정하므로 조직원의 능력에 영향을 미쳐 성과를 낼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 맥락 문제점 진단 방법과 해결책 등도 담았다. 물리학자의 기술적 사고로 써져 기술 전문가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다. 장황한 글보다 좌표 시스템을 활용하고 팀 및 개인의 성과를 간단하게 바꿔 말하고 있다. 인간관계 맥락을 바꾸기 위한 방법 등도 언급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잘 이해하고 사전에 대응한다면 조직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전문가 그룹의 팀워크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안내서다.
찰스 팰러린 지음. 유보림·박창우 옮김. 이콘 펴냄. 1만7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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