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과학 전문가가 다양한 정보교류와 소통 기회를 가지는 해외고급과학자초빙(Brain Pool) 사업 종합워크숍이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과학자가 서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국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자리였다.
브레인풀 사업은 국내 연구기관·대학·산업계의 균형적인 연구경쟁력을 높이고 국제 공동연구 기반 구축을 위해 지난 1994년 처음 열렸다. 올해로 22년째를 맞은 브레인풀 사업은 산학연의 과학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약 2000명의 해외 우수 과학자를 초빙해 활용했다. 2010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사업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제2의 한미약품 꿈꾼다…국제협력으로 바이오신약 개발 기반 만들어
올해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왔다. 최근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과 수출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신약 개발에 성과를 낸 ‘큐라켐’이 눈길을 끈다. 큐라켐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반 사업인 연구개발전문회사(CRO)를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 벤처다.
큐라켐은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 신약 등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핵종인 ‘삼중수소’를 활용한 표지기술 개발을 위해 이성휘 박사를 초빙했다. 이 박사는 해외에서 삼중수소지연구에 수십년간 종사한 과학자다.
신약 개발이 활발한 제약산업 선진국에서는 Carbon-14, H-3(tritium), Surfur-35, Iodine-125 와 같은 방사선 동위원소를 추적자(tracer)로 사용해 신약후보물질의 약물동태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는 RI-Biomics센터가 2013년 준공되기까지 국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 약물동태시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다.
현재 RI-Biomics센터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 약물동태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KIRAMS는 방사성동위원소이용 신개념 치료기술개발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RI-Biomics 센터는 KIRAMS 방사성동위원소이용 신개념치료기술개발 플랫폼 구축사업단, KIST AMS 팀, KIT, KTR, KRCC, 큐라켐 등 산학연 유관기관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큐라켐은 이성휘 박사를 초빙해 9개월간 연구원 전원이 실제 수주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접 기술을 전수받았다.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큐라켐은 프로젝트를 계속 수주했다. 이 덕분에 2013년에는 4건, 2014년에는 무려 24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모두 해외 제약사 프로젝트 수주다.
삼중수소 표지화합물은 바이오신약의 연구개발과정에 유용하게 쓰인다. 복수의 신약후보물질에 계속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신약개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신숙정 큐라켐 대표는 “아직 복제약(Generic) 중심 한국 제약산업이 이제 신약 중심으로 전환해 신약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기술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글로벌 1위 CRO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성과 창출…국가핵융합연구소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아 기후 변화와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체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너지가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핵융합실험장치(ITER) 건설 사업에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핵융합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전반적 연구역량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장치를 활용한 실험과 이론 연구로 핵융합 플라즈마 물성과 난제 해결 연구를 수행할 핵융합 과학 분야 역량은 아직 매우 부족한 상태다.
그중 핵융합 플라즈마 이론과 시뮬레이션 기술 고도화 연구를 리드할 중견연구자가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미국 텍사스대 부설 핵융합연구소에서 약 30년간에 걸쳐 핵융합 플라즈마의 다양한 이론과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한 아이데미르 박사를 초빙했다.
지난 1년 짧은 초빙 연구기간 동안 아이데미르 박사는 국내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 이론과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했다. MHD 불안정성 분야에 대한 한 학기에 걸친 세미나로 연구소 내부 신진연구자의 기초 연구역량 증진에도 크게 기여했다.
아이데미르 박사는 ITER 표준 운전모드인 H-모드 관련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인 외부 수송장벽 형성 과정의 원인 규명을 위해 보다 정밀하게 Er 전기장을 계산하는 새로운 이론적 방법을 제시했다. 새로 시도된 방법은 플라즈마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변분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일차적으로 기존 많은 결과가 같은 방법으로 계산 가능했고 향후 보다 정밀한 계산 수행을 위한 기반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핵융합 분야 주요 SCI 저널 가운데 하나인 ‘Physics Plasma and Controlled Fusion’의 2014년 10월호에 게재됐다.
두 번째 연구 성과는 H-모드 플라즈마의 ELM 불안정성 제어 방법 가운데 하나인 버티컬 조깅 방법에 새로운 이론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H-모드 플라즈마의 경계영역에서 발생하는 ELM(Edge Localized Mode) 불안정성은 플라즈마 인접벽에 큰 열적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ITER의 안정적 운전을 위해서는 그 크기를 상당 부분 완화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ELM 제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버티컬 조깅 방법으로 그동안 KSTAR 실험으로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 그 물리적 기구는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구 결과는 2014년 10월 러시아에서 개최된 핵융합 분야의 최대 학회(Fusion energy conference)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연구 성과 가운데 하나로 발표됐다.
김진용 책임연구원은 “KSTAR 실험결과 정밀 해석과 ITER 운전 관련 현안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브레인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자체 프로그램을 아이데미르 박사를 지원하며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