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 가입자는 이달 말부터 무한도전 등 지상파 주문형비디오(VoD)를 볼 수 없게 된다. 방송3사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간 VoD 협상이 결렬되자, 지상파가 VoD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업자 간 힘겨루기 속에서 이용자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KBS, MBC, SBS 등 방송 3사와 MSO에 지상파 콘텐츠를 유통하는 ‘케이블TV VoD(구 홈초이스)’가 VoD 콘텐츠 사용료 계약이 타결되지 않자 지상파는 VoD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MBC는 26일부터 케이블TV VoD에 자사 VoD 공급을 중단한다. MBC는 이미 케이블TV VoD에 이 같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MBC 측은 “일부러 VoD를 안 주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올해와 내년 계약을 해야 하는데 케이블TV VoD가 못한다고 했다”며 “올해가 벌써 다 지나가고 있어 방법이 없다”며 공급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KBS도 27일까지 협상이 안 되면 공급 중단 등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케이블 측에 공문을 보냈다. KBS 관계자는 “협상 중이지만 타결이 안 되면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도 계약이 안 되면 VoD 공급 중단을 계획하고 있다. SBS 관계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안 맞아서 계약이 안 됐다”며 “합의가 안 되면 VoD 공급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TV VoD는 지상파가 요구하는 계약 조건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케이블TV VoD는 지상파3사가 VoD 계약과 상관없는 실시간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케이블TV VoD 관계자는 “VoD 계약을 하는데 지상파가 CPS 계약이 안 된 종합방송사업자(SO)에는 VoD를 공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케이블TV VoD는 지상파가 요구한 VoD 콘텐츠 대가가 너무 비싸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 VoD 관계자는 “지금 지상파에게 내고 있는 VoD 요금의 2배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간 갈등의 피해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상파 VoD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커진 VoD 수요는 MSO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 MSO 4곳이 2013년 벌어들인 총 VoD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33.3% 늘어난 1132억4700만원이다. 지상파VoD는 케이블TV VoD 매출 20~30%를 차지한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기획실장은 “침체된 방송시장에서 서로 재원구조가 악화되다 보니 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제로섬 게임이 일어나면서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VoD를 못 보는 것과 VoD 가격이 오르는 것 모두 이용자에게 부담”이라며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업자간 콘텐츠 대가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힘겨루기만 일어나고 있다”며 “지상파가 왜 그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되는지 근거가 없어 서로 막무가내로 주장만 하다 보니 (VoD를 볼 수 없는 것은)시청자에게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자료: 업계 종합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