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전장부품의 전력소모를 줄여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오토사(AUTOSAR, 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 4’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오토사 4 규격은 최대 10%까지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까지 오토사 적용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 대응이 시급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BMW·볼보·GM 등이 최근 오토사 4에 기반한 자체 플랫폼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이를 전면 적용한 신차를 출시할 전망이다. BMW 7시리즈, 볼보 CX90, GM 쉐보레 말리부 등 차체가 커 연비에 민감한 차량이 주 대상이다.
오토사는 차량 전장품에 사용되는 개방형 소프트웨어(SW) 아키텍처다. 최근 자동차 관련 글로벌 기업 50여개가 참여하면서 사실상 표준 역할을 한다. 오토사 4는 소프트웨어 재할당 방식과 전원을 제어해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상호 통신하는 전자제어장치(ECU)에 초점을 맞춘 만큼 보안도 강화했다. 기존 오토사 버전용 SW도 상당수 사용할 수 있어 구조를 바꿔도 기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오토사 4는 2009년 말 첫 배포된 이후 표준화작업이 이뤄져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규격을 확정하면 부품·SW 공급 업체는 이 규격에 맞춰 공급해야 한다. 오토사 4를 채택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자체 소프트웨어까지 이 규격과 맵핑을 함으로써 전장 아키텍처 전체를 오토사4에 맞추고 있다.
BMW는 최근 BAC(BMW AUTOSAR Core)4 릴리스1을 발표했다. 2018년에는 이를 업그레이드한 BAC 릴리스2를 공개할 예정이다. 볼보도 승용차용 플랫폼에 오토사 4.0.2와 트럭용에 오토사 4.1.1 규격을 적용해 자체 플랫폼 SPA(Scalable Platform Architecture)를 공개했다. GM 역시 오토사4.x를 적용한 플랫폼 글로벌B를 내놨다.
자동차 기업이 새로 개발하는 부품에 이 규격을 전면 적용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 스펙에 맞춘 부품이 들어간 신차가 시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자동차 업체도 오토사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대표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는 오토사에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오는 2017년 이를 적용한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계 자동차 업체가 빠르게 표준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연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자동차업체도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전장품이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전원이 켜져 있지만 이를 절전모드로 돌리거나 전원을 내리는 방식으로 전체 연비를 개선한 것”이라며 “전장품 전원 제어만으로 최대 10% 정도까지 연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반도체 부품업체도 이 규격에 대응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 업체는 일부분에만 적용을 검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