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에 일명 ‘소기업법’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 공공기관이 1억원 미만 SW사업에 직원 수 50인 이상 중기업 참여를 제한한다. 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 이들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서다. 일면 공감되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조달청 시각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SW기업에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따져 봐야 한다. 조달청 기준에 따른 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상용 SW를 보유한 사례는 드물다. SW 개발에는 연구개발(R&D) 투자와 다수 사업수행 경험이 필수다. 자체 상용SW를 확보한 기업은 직원 수가 50인 이상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결국 제품을 가진 중규모 업체가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소기업을 내세워 사업을 수주하고 일정 비용을 소기업에 주는 편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SW를 어떻게 보는지의 시각이다. 조달청은 SW사업을 ‘물품’으로 분류한다. 중규모 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법률적 근거도 SW를 물품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SW 제품 특징 중 하나는 빈번한 수정보완 발생이다. 패키지라도 시스템 사업에 포함되면 개발인력이 투입되는 게 일반적이다. 수요자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다.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한다. 제품 공급 뒤에도 유지보수라는 작업이 뒤따른다. SW를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으로 통칭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보다 기술집약적 ‘용역’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업계 질의에 ‘SW사업은 소기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SW사업을 용역으로 봤다.
뒤늦게 조달청은 시스템 적용을 위한 수정·보완 작업이 요구되면 물품이 아닌 용역으로 분류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지침 수준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SW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생태계 조성이 거론된다. 업체가 성장해야 산업도 커진다.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단순 잣대로는 SW 생태계를 조성하기 힘들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닌지 당국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