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구조에 접어들었다. 세계적 교역 및 수요 감소에 따라 상대적으로 생존력이 약한 우리 중소기업이 걱정이다. 새로운 경제구조에 적합한 뉴 노멀 경영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한국중소기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경영학자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핵심 단어는 글로벌과 연구개발 그리고 품격 있는 문화와 젊은 인재였다.
전자는 세계적 기술변화와 중국 제조업 굴기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적 기술역량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후자는 방법론으로서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설비투자에 기초한 기술학습과 원가절감중심 경영에서 창의적 조직문화로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람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젊은 인재들의 열정과 창의를 앞세워 경계가 없어져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경영방식이 우리 중소기업에 평균 특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절감 중심 모방적 기술학습, 열악한 근무여건, 인내에 기반을 둔 숙련 등이 올드 노멀이라면, 새로운 가치창출에 의한 차별화. 문화향기가 있는 근무조건, 재미에 기반을 둔 창의 등이 뉴 노멀이다.
물론 우리 중소기업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조 중소기업 경쟁력도 후퇴하고 있다. 최근 매출액 대비 수출비율이 2012년만 해도 평균 13.6%던 것이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기존에 기술개발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은 3.9%대에서 멈췄다. 불확실한 해외시장에 도전하기보다는 내수시장에 안주하려는 생각이 더 강하다는 조사결과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 없는 기업은 비실비실 말라 죽거나 어느 날 매출 급감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지기 쉽다. 제조 중소기업의 무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 아니 새로이 펼쳐지는 거대 기회를 잡기 위해 뉴 노멀 경영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기업 사례를 보자.
구미공단에 동양산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1989년 이후 전자제품 포장용 스티로폼 사출부터 시작해 스마트폰 렌즈용 금형 분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성장한 중소 제조기업이다. 어려웠던 지난 10년 동안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자랑하며 세계 6개국에 10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영이념인 ‘꿈도 아픔도 회사와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에서 세계적 건축가 디자인을 적용한 내부 인테리어, 공장조경, 복지시설 등으로 직원들이 ‘집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동신유압은 창업 이래 40년 동안 사출성형기 단일 품목에 집중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중국산 제품 저가공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2011년 2세 경영자 취임을 계기로 환골탈태 혁신에 돌입해 극적인 매출 증대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 사원이 참여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품질 도약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여기에는 회사 이익을 사원과 함께 나누고 연공서열보다는 서로 격려하며 장점을 살려주는 ‘별난’ 경영이 주효했다.
제화 기능공 출신 창업자가 세운 안토니는 기능성 신사·숙녀화 국내 1위 업체다. ‘불경기’라는 말이 금기어인 이 회사는 모든 어려움을 직원 열정과 창의로 돌파하면서 작년에는 해외 기술제휴회사였던 이탈리아 제화회사를 아예 인수했다. 이 회사 대표는 승마, 보트, 스키, 골프 등 각종 스포츠를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5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자신보다 더 재미있게 사는 기업가를 찾고 있다.
위 세 회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전통 제조 분야로서 국내외 소비위축과 경쟁격화 그리고 중국기업 추격에 노출돼 있으며 가업승계 이슈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각광받는 새로운 사업 분야가 아니면서도 사원 평균연령이 젊으며 ‘별난’ 경영을 실천한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대전환기에 젊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는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대졸자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를 보자. 첫째는 대기업과 임금 격차고 두 번째가 근무여건이다. 이를 극복할 창의적 뉴 노멀 경영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하면 저임금과 열악한 여건이 떠올랐다면 앞으로는 꿈과 재미 그리고 보람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충분한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영위하면서 청년들이 꿈과 아이디어를 펼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영에 도전해야 한다.
도전 없이는 미래도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