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시장을 호령하던 IBM이 추락했다. 경쟁업체인 HP와 격차는 더 벌어졌고, 크레이, 수곤 등에도 밀렸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6회 연속 슈퍼컴퓨터 강국자리를 지켰다.
1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국제 슈퍼컴퓨팅 학술대회(SC15)’에서 세계 500대 슈퍼컴 순위가 발표됐다. 슈퍼컴 톱500은 매년 6월과 11월에 발표된다. 업체와 국가별 기술 경쟁을 대변하는 지표다. 이번 발표에서는 슈퍼컴이 특정 국가나 기업 독주체제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IBM 날개 없는 추락
이번 발표에서 HP는 세계 500대 슈퍼컴에 가장 많은 장비를 올렸다. 총 156대로 전체 31.2%를 차지했다. 2013년 6월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크레이다. 지난해보다 7대 가량 늘어난 총 69대가 500위권 안에 포함됐다. 점유율은 13.8%다. HP와 1위 싸움을 하던 IBM은 곤두박질했다. 500대 슈퍼컴 중 IBM 장비는 45대(9%)에 불과하다. 역대 최악 성적이다. 지난 6월 발표에서 74대만 이름을 올린 지 불과 5개월 만에 또 한 번 자존심을 구겼다.
◇IBM,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IBM 몰락은 변화하고 있는 슈퍼컴 기술과 사업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슈퍼컴 강자로 군림한 IBM은 ‘블루진’이라는 유닉스 서버를 활용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리눅스 기반 x86서버가 슈퍼컴 메인 장비로 등장했다. IBM 블루진 입지는 좁아졌다. 실제 500대 슈퍼컴 중 66%가 리눅스 OS를 사용한다. IBM 서버의 전용 운용체계(OS)인 AIX의 점유율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IBM이 레노버에 x86서버 사업부를 넘긴 것도 ‘톱500’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x86서버를 활용한 클러스터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지만, IBM은 대안이 없다. 레노버가 지난해 11월 IBM x86서버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단숨에 5위로 올라선 것과 대조된다.
◇중국, 슈퍼컴퓨터 최강국 반열에 올라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교 ‘톈허-2’는 2013년 6월부터 6회 연속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에 선정됐다. 연산능력은 33.86페타플롭스(33.86 petaflop/s)다. 1초에 3경3860조번 덧셈과 뺄셈이 가능하다. 2위인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 ‘타이탄’의 17.59페타플롭스에 비해 두 배가량 빠르다.
중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대수도 급증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세 배 늘었다. 500대 순위에 109대를 올렸다. 36대를 기록한 일본을 크게 따돌렸다. 지난번 500대 순위에 든 중국 슈퍼컴퓨터는 37대였다.
미국은 200대로 가장 많은 슈퍼컴퓨터를 명단에 올렸지만 33대가 줄었다. 1993년 이후 최저치다. 우리나라는 기상청 슈퍼컴 4호기 누리와 미리가 각각 29, 30위를 차지했다.
중국 약진으로 슈퍼컴퓨터 지형도 바뀌었다. 아시아 지역 슈퍼컴퓨터 보유 대수가 처음으로 유럽을 넘어섰다. 아시아는 107대에서 173대로 늘었지만 유럽은 141대에서 108대로 감소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