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한국 경제도 규모의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해야 하는데, 사회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대내외 경제환경과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강연을 진행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를 기점으로 달라진 선진국의 금융정책과 신흥국 경제발전양상을 중심으로 앞으로 위기요인과 대응방안을 풀어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가계와 기업은 부채를 줄이고, 이로 인해 신흥국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신흥국은 빠른 성장세와 함께 가계부채도 크게 늘어나는 부담을 안았다.
이 총재는 “과거의 금융위기, 자산 버블을 분석해보면 그 배경에는 예외 없이 민간신용의 과도한 공급이 있었다”며 “신흥국 부채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빠르게 웃돌면서 금융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과도한 민간부채를 안은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규모 자산운용사가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다. 또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곳도 자원수출 중심 신흥국이다.
이 총재는 “세계 경제는 변동성이 높아져 그 어느 때보다도 리더를 필요로 한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미국이 내부적으로 리더 역할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 총재는 이같이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내외 경제상황을 설명하며,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도 함께 짚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2%대로 전망하며,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제조업 성장 동력 약화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누증 △노동 수급 미스매치 △인구 고령화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며 “기업 성장의 핵심은 혁신”이라고 전했다. 그는 질적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필수라며, 구조개혁 모범사례로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의 입시 위주 교육제도는 기술혁신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며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