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략물자 관리, 국제 약속이다

[기고]전략물자 관리, 국제 약속이다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했다 적발된 사범이 올해 74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략물자를 불법으로 수출하다 적발된 업체 수도 이에 육박한다. 우리 기업은 전략물자 불법수출보다는 산업기술 유출에 관심이 더 크다. 이는 각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이 달라서일 것이다.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국제적인 안보유지에 목적이 있는 반면에 산업기술 유출방지는 국가나 기업 기술보호와 이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엔은 대량살상무기제조 등에 활용하는 이중용도품목 수출을 의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다만 통제 대상 분야는 무기와 연관성 있는 화학·기계·전자 등 일부 업종으로 1400여개 품목에 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명목 GDP 대비 수출의존도가 39.5%다. 세계 무역순위 6위인 무역대국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우리나라만 4개 수출통제체제(WA, NSG, AG, MTCR)에 모두 가입해 있다.

많은 기업이 수출에 전력 질주하면서 한국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기업이 ‘수출 관련 전략물자 개념’이나 ‘왜 정부 통제를 받아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거나 수출규제로 보고 회피하다가 처벌을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은 전략물자관리가 철저한 국가나 기업에는 첨단제품이나 기술 이전을 허용하고 통제제도를 잘 이행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 미국은 불법 수출을 한 기업이나 지원 조직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상당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전략물자 이해도 제고를 위해 자율준수기업(CP) 지정, 사전판정 교육, 홍보 등으로 기업 전략물자 준수를 지원하고 있다. 전략물자 사전판정 신청건수는 각종 지원에 힘입어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에는 1만6000건을 기록했다. 이란과 교역에 필요한 비금지확인서 발급신청건은 1만6000건, 홈닥터 사업은 300건 이상 신청되는 등 기업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에는 무역안보의 날을 계기로 산업통상자원부와 10개 전략물자 자율준수기업이 중소기업 자율관리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 이는 대·중소기업이 전략물자에서 동반성장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전략물자 홍보·교육 확대·각종 국제세미나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등으로 전략물자 이해를 높이는 한편, 관세청과 협업해 통관단계에서 불법 전략물자 수출이 없도록 지원하고 국제수출통제코드 개정을 위한 전문 검토와 협상으로 불편 요소를 개선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대개 기업은 수출과정에서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하고 당장 이를 피한다. 하지만 해외에 투자하는 기업은 자율적인 전략물자관리 이행이 필요하다. 전략물자 수출관리 준수는 국제적으로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수출처 확대 등으로 연결돼 기업 이익이 될 것이다. 우리가 도로를 주행하면서 지켜야 하는 도로교통법과 마찬가지로 수출을 하면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처음엔 다소 불편하고 규제로 인식되지만 기업에 미치는 영향,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은 역할 수행, 지속적인 수출을 위해 지켜야 한다.

기업 스스로 전략물자를 관리하는 환경이 확산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통제체제는 수출을 못하게 하는 규제가 아니다.

우리는 규제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환경·보건·안전 등과 관련한 규제는 국민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필요한 규제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도 국제적인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켜야 하는 국제 규정이다.

김인관 전략물자관리원장 kimik@kost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