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한 달 전 마케팅팀 김 대리가 퇴사했다. 절차를 잘 밟아 내보냈는데 마케팅 팀원들은 김 대리 퇴사 이유를 놓고 수군거린다. 사실은 잘린 거라는 둥, 회사가 문제가 많다는 둥 회사 전체 분위기까지 어수선해졌다. 김 대리는 좋게 잘 나갔는데 대체 왜들 이러는 것일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프리실라 클래먼 커리어 스트래티지스 대표는 “퇴사자가 떠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81.8% 직장인이 동료가 그만둘 때 퇴사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떠나는 동료를 보니 회사에 비전이 없어 보여 일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의지할 사람이 사라져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도 불안하게 느낀다. 그래서 직원의 이런 마음을 헤아린 기업은 퇴사자를 잘 떠나 보내고 남은 직원을 효과적으로 다독이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인 플랜트 모런에는 녹색 퇴직메모가 있다. 이건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동료에게 남기는 일종의 공식 이별편지다. 퇴사자가 메모를 작성해 전달하면 회사에서는 초록색 종이에 그 내용을 인쇄해 사내 모든 게시판에 게시한다. 퇴사자는 이 퇴직메모를 몇 시간에 걸쳐서 정성껏 작성한다. 여기에 자신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와 이후 계획 등을 밝히고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런 동료와 함께 일하게 돼 정말 행운이었다’고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퇴직메모에는 회사에 관해 안 좋은 이야기도 담겨 있다. ‘회사가 나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주지 않았다’거나 ‘업무량이 너무 많아 지쳤다’ 등 직원의 솔직한 불만도 쓰여 있다. 회사는 욕설을 제외하고는 이런 불만까지도 가감 없이 공개한다.
퇴사자 작별인사를 제대로 챙긴 플랜트 모런, 그 결과는 어땠을까. 직원은 동료 퇴사 이유를 명확히 알게 돼 상실감과 불안감이 줄어들고, 동료가 작성한 메모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얻는다고 한다. 퇴사자에게는 자신의 회사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또 회사는 그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회사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플랜트 모건의 자발적 이직률은 동종업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11%다. 2015년에는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7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기업인 핸드스튜디오에는 퇴사 장려기간이 있다.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이 차근차근 퇴사를 준비할 수 있게 3개월 시간을 준다. 퇴사자에게만 유익한 제도 같지만 사실 남은 직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일단 퇴사 장려기간 중에 모든 퇴사자는 사보 인터뷰를 진행한다. 동료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자신이 회사를 떠나는지, 앞으로 계획과 동료에게 감사인사도 전한다. 또 퇴사자는 한 달 동안 업무 인수인계를 진행한다. 퇴사를 결정한 후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수인계를 진행하니 남은 동료의 업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서로 소통하며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회사에서 제대로 이별할 시간을 챙겨주니, 직원은 동료의 퇴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핸드스튜디오는 이 제도를 시작하고 4년 동안 단 7명만이 이직했는데 이는 동종업계 평균 이직률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2014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성장을 이루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퇴사자를 보며 마음을 좀처럼 다잡지 못하는 직원 때문에 고민인가. 플랜트 모런과 핸드스튜디오처럼 퇴사자가 직원에게 제대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자. 이별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된 직원은 웃는 얼굴로 그들을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정리=배윤정 IGM 글로벌 비즈킷 해외사업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