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떤 인기제품도 소비자를 이기지는 못한다

애플 아이폰 애프터서비스(AS)가 소비자 지향적으로 확 바뀐다. 지금까지 예상수리비를 고지 받지 못하고 1·2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던 심층 수리로 인해 중간에 취소할 수 없었던 관행이 깨진다. 무엇보다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뿐 아니라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 서비스센터에도 수리를 맡길 수 있게 된다.

애플 자존심이 꺾인 게 아니라 소비자 지향시대에 뒤떨어졌던 서비스 문화가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소비자가 수리 의뢰를 취소할 수 없어서 제품을 돌려 받지 못하고 수리를 의뢰할 때 예상되는 최고 비용을 미리 결제하도록 한 종전 행태가 불합리한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리 약관을 개선하도록 권고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지금까지의 사후 서비스가 계속되면 인기 높은 아이폰도 소비자 마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소비자 마음을 움직여야만 제품도 팔고 기업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시대다. 판매했다고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용 기간 동안 서비스와 품질 만족도가 다음 제품 구매의사와 기업이미지로 지속 연결된다. 출발점과 끝 지점 모두에 소비자 마음이 걸려 있다.

공정위의 지속적인 점검이 아니더라도 애플은 이번 수리 약관 개선과 실천으로 바뀌는 소비자 권익과 마음을 스스로 잘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잘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공정위 추가 권고가 나오기 전에라도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장 글로벌화로 소비자 눈과 마음도 날카로워졌다. 국경을 초월한 경쟁이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어느 순간 잘못된 서비스 관행이 날카로운 비수가 돼 어떤 기업에든 날아들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이 가진 인기 비결은 남들이 갖지 못한 혁신과 도전으로 쌓였다. 소비자를 섬기는 열린 마음으로 그 탑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소비자는 그 탑을 더 높게 쌓아줄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