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를라, 빨리 사자… 반도체 업계 M&A지속

반도체 업계에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대형 M&A가 많았다.

네덜란드 NXP는 지난 3월 미국 프리스케일을 167억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5월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6월에는 인텔이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반기에도 대형 M&A 소식은 이어졌다. 10월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6500억원)에 인수했다. 반도체장비 업계 4위 램리서치도 5위 KLA텐코를 106억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각)에는 온세미컨덕터가 페어차일드반도체를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나로그디바이스와 맥심도 동등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든 라인스 멘토그래픽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반도체 업계 M&A 규모는 역대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금융데이터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반도체 업체 M&A 규모는 1006억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377억달러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대형 M&A가 성사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필요한 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유럽은 기준 금리가 0.05%, 예금금리가 마이너스 0.2%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서둘러 딜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은 기업들이 M&A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자체 사업으로 실적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연간 매출액이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중국 영향도 적지 않다. 중국은 최근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키로 하고 자국 기업들의 M&A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올해 이뤄진 M&A 가운데 필립스루미레즈, 옴니비전, NXP 무선주파수(RF) 사업부 등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갔다. 샌디스크를 매입한 웨스턴디지털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금이 들어갔다.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샌디스크를 우회적으로 사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형 M&A 바람으로 반도체 상위 업체 매출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비용이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텔, 아바고, NXP 등은 합병 이후 약 25%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럴 경우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등 후방 산업계의 매출 축소는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올해 이뤄진 반도체 업계 주요 M&A 사례(자료:업계 종합)>


올해 이뤄진 반도체 업계 주요 M&A 사례(자료:업계 종합)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